▲ 허정원 (자미원한의원 원장) |
이런 졸음 현상의 대부분은 제대로 된 수면의 부족이나 누적된 피로가 그 원인이다. 6~7시간이 평균적으로 적당한 수면시간이라고 할 때 충분하게 잠을 잤는데도 졸음이 오는 이유는, 그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이 들었다가 중간에 자주 깬다거나 꿈을 많이 꾸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두 경우 모두 깊은 수면의 단계가 아닌 얕은 수면 단계에서 머무르다 잠에서 깨기 때문에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평소 기력이 허해져 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므로, 평소 수면습관이 어떤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살펴본 후 자신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졸음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혹시 '기면증(嗜眠症)'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는데, 사실 이들 대부분은 일반적인 졸음 증상이다. 영화 '4인용식탁'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길을 걷다가도, 가만히 서 있다가도 쓰러져 잠들어 버린다. 이처럼 기면증은 한창 활동을 해야 하는 낮 시간에 강력한 수면욕구에 의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잠들어 버리고 꿈을 꾸는 수면단계인 렘 수면(rapid eye movement-sleep)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최소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수면장애이다. 또 기면증은 어떠한 전조증상 없이 강력한 수면욕구에 의해 잠들어 버리는 수면발작과 안면근육 마비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탈력발작, 잠이 들거나 잠에서 깨는 동안 몸 근육이 마비 상태가 되는 수면마비, 수면 전후로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하는 환각, 갑자기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반수면 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수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도 자도 끊임없이 졸린 경우나 기면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이런 경우 한의학에서는 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약해진 몸과 마음을 개인의 체질에 맞는 처방으로 기운을 끌어올려주거나 흩어주고, 불면증의 치료에서처럼 야간 수면의 질과 양을 높여주는 방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수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한다. 때문에 증상의 완화와 함께 환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 한방 수면 치료의 강점이다. 특히 봄이 되면 춘곤증 등 졸음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는 우리 몸이 겨울 동안 많이 움츠려 있다가 봄이 돼 기지개를 펴야 하는데 기지개를 펼 힘마저도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약은 봄에 먹는 것이 좋다'는 말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면증이 아니더라도 춘곤증처럼 심한 졸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생활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활기찬 하루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자미원 한의원 http://www.zamione.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