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中企는 동반성장정책을 어떻게 봐야하나

대기업 단가통제 일방적 관계 개선… 자체 기술혁신 인센티브 극대화로
   
▲ 손동원 (객원논설위원·인하대교수)
[경인일보=]최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반성장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은 중소기업들에는 분명한 호재(好材)이지만, 혹시 중소기업들이 지나친 정책효과를 기대해 성장의 본질을 오해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동반성장에 내포된 '협력'이 가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대책이 정확하게 보일 것으로 믿는다. 보통 경제정책에는 근본적 치유책과 일시적 완화책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은 근본적 치유책이 아니고 일시적 완화책이라는 점이다. 동반성장정책이 아무리 주효하다해도 마지막 과실의 차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몫으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소기업 사이의 협력을 순리(順理)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프랑스 사회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설명을 들어보자. 루소는 사슴사냥 스토리를 통해, 인간은 협력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력하지 못하는 허망한 존재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가 말하는 사슴사냥 스토리는 이렇다. 사슴사냥은 양쪽에서 사슴을 몰아야 하는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사냥이다. 이렇듯 사슴사냥은 두 사람의 협력 작품이어서, 상대방이 끝까지 협력해 주어야만 사슴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사슴사냥 도중 각자 옆으로 뛰어가는 토끼를 보았다고 하자. 여기서 사슴은 협조를 통해 얻는 사냥감이지만,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다. 토끼라는 각자의 사냥감이 생기면서, 두 사람이 끝까지 협력하면 사슴을 얻지만 각자는 토끼를 잡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된다. 이 상황에서 철학자 루소가 지적하는 것은 두 사람은 결국 상대방의 비협력에서 나올 위험을 회피하려고 사슴 대신 토끼를 잡고 만다는 것이다. 이처럼 협력은 당연한 순리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의 인센티브를 충족시킬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대상물인 것이다.

협력의 어려움을 인식할 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완성되려면 다음 두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윤을 쥐어짜려는 일방적 욕망을 조절하는 과제다. 이 과제는 대기업 측의 윤리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해법이다. 현재 대기업은 높은 바게이닝 파워를 이용해 이득 욕망을 높이고 있는데, 이는 바로 낮은 윤리의식의 반영물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한 중요한 의제,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수준 격차 축소를 통한 젊은 인재들의 중소기업 결집이라는 사회적 변혁의 걸림돌 해소라는 명분으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분명 대기업이 자신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한다면 충분히 그 사회적 변혁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향후 경제전쟁은 대기업 혼자만의 경쟁이 아니고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을 포함하는 기업생태계 차원의 전쟁이라는 설법도 유효할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중소기업 쪽에 해법이 있다. 현재 동반성장을 막는 핵심 상황은 대기업이 납품단가통제에서 이득을 얻는 상황인데, 대기업이 다른 방법으로써 더 큰 이득을 얻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해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기업이 기술혁신에 의해 이득을 충분히 얻게 되면 기존에 얻던 납품단가통제 쪽에 관심을 낮추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대기업들의 자체적인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동반성장의 관점에서는 중소기업 쪽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지식경제시대에 들면서 대기업에 기술적 돌파구를 열어준 경우 동반성장의 사례가 많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우리 대기업들은 추격경제를 넘어서면서 전인미답의 미지(未知)의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선도혁신전략을 요청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 쪽으로부터 혁신 돌파구를 제공받고 그 것이 이윤창출의 원천이 된다면, 대기업 쪽의 동반성장에 대한 인센티브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과실은 혁신역량이 높은 중소기업들에서 극대화될 것임을 예견하며, 이 지혜를 중소기업들이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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