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진오기자]사상 최악의 지진과 원전사고를 동시에 겪은 일본에 한국의 지원 손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본이 난데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모처럼 형성되던 '따뜻한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런 문제가 12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다뤄졌다. 임경화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이날 '진보적 한일 연대의 두 가지 길-일본 좌파운동이 발견한 조선들'이란 주제로 강연한 것이다.
임 교수는 일본에서 초기 사회주의자를 대표했던 고토쿠 슈스이의 조선관과 전후 공산당 계열 지식인을 대표했던 이시모다 쇼의 조선인식을 비교하면서 앞으로 '한일 연대'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얘기했다.
임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대재앙 이후, 한국인들 사이에서 일본과의 정서적 연대 움직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터진 점에 주목했다. 느닷없이 찾아온 '연대'가 '적대'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런 점을 전제로 해 "(한일 관계에서) 영토와 민족을 우선할 것인가, 그보다 더 넓은 세계적인 모순의 해결을 중시할 것인가는, 식민지기 전후부터 이어지는 한일 진보적 지식인들의 연대운동의 두 가지 흐름을 대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한국인은 지금 독도수호운동에 동참해야 하는가, 반핵운동에 동참해야 하는가, 혹은 일본의 진보주의자들은 자국의 제국주의적 영토 야욕을 비판하며 독도수호운동에 공감해야 하는가, 한국의 반핵운동과 연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고토쿠 슈스이를 비롯한 일본의 초기사회주의자들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일관해서 비판했다고 한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이시모다 쇼와 같은 초기 일본 공산주의자들의 경우 한·중·일 등 아시아 민족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의 좌파운동이 조선에 주목했던 두 가지 흐름을 대표하는 고토쿠의 계급적 연대의 길과 이시모다의 민족적 연대의 길을 살피면서, 원전 문제로 일본 정부를 향한 내부 불만과 불신을 독도문제를 통해 외부로 배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지는 않은지, 또한 대한민국 정권은 독도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악용'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었다.
※ 인하대·시립박물관·경인일보 공동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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