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4·27 재·보궐 선거 이후

내년 총선·대선 향한 여야의 승부수… 상생보다 다툼 국민은 정치적 피로감
   
▲ 김은환 (인천본사편집경영본부장)
[경인일보=]참으로 지루했다. 또 짜증스러웠다. 왜 이리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단 말인가. 평소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공언하던 사람도 정치판에 끼어들면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재·보궐 선거가 오늘(27일)이면 끝이 난다. 투표만 남겨놓은 상태다. 후보들의 당락도 오늘 늦은 저녁이면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과연 누가, 어느 당이 승자가 될 것인가. 최대 관심지역인 분당과 김해지역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선거에선 누가 축배를 들 것인가. 그래도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표심은 어디로 쏠렸을까. 민심을 모르니 표심을 알 턱이 있나. 억지로 예측 아닌 추측을 해 보면 여·야가 1:2나 2:1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연령대의 투표율이다. 투표율의 높낮이에 따라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여든, 야든 싹쓸이의 패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치권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국회의원 의석수로 보면 몇 자리도 안 된다. 통상 승부처로 보는 수도권도 겨우 한 자리다. 그런데 왜 정치권이 이 야단이란 말인가. 그 속내는 따로 있다. 당장의 이번 선거 결과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있다는 게 그 속내다. 내년 선거야말로 여야 정치권으로선 '죽느냐, 사느냐'의 선거다. 정권을 '쥐느냐, 빼앗기느냐'가 더 실감나는 표현일 것이다. 예상외의 과열 양상은 정치권이 이번 선거결과를 바로 내년 선거전의 분수령으로 보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선거판이 의사당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총동원됐다고들 한다. 현장에선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 후보들은 후보대로 대리인을 통해 이미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내일이면 그 후속 드라마가 예고돼 있다. 선거의 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삼류 소설'을 마구 써댈 것이다. 선전했다느니, 민심의 결과라느니, 아니면 참패에 따른 책임론 등등. 또 온갖 수사를 동원한 기선잡기에 나설 것이고, 예전에 보지 못한 정치적 술수도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 뻔한 시나리오다. 그 '삼류 소설'은 결국 정치판에 회오리 바람을 몰고 와서 정치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권이 더 긴장하는 모양이다.

초점은 단연 분당이다. 향후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바로 분당의 선거결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이 바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다. 그가 당선된다면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로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지만, 낙마한다면 아마 대권 도전의 꿈조차도 접어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가 승리를 한다면 정국 주도권싸움에서 다시 여권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가 패한다면 한나라당은 공천 책임론 등 당내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또한 '퇴역 정치인' 명단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번 4·27 선거의 결과는 향후 정국 운영은 물론이고 대선 정국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다. 어찌 보면 오늘의 투표 결과는 기세의 판단이나 어디로 튈지의 방향만을 정하는 수순에 불과한지 모른다. 아직 총선까진 일년, 대선까지 일년 반 이상이나 남았지만 선거운동 기간의 경계선은 사실상 무너졌다. 이미 대권 대열에 서 있는 김문수·오세훈 등이 엉뚱한 곳에서 입을 열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문제는 국민들이 겪어야 할 정치적 피로감이다. 상생(相生)보다는 다툼에 익숙한 우리 정치권을 볼 때 그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 있다. 이래저래 피곤한 정치계절의 시작,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차라리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즐기면서 관전하면 어떨까. 과연 누가 제대로 된 인물인지, 어느 정당이 교만하지 않고 국민을 섬길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보는 일도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일이다. 때 이른 정치의 계절. 좀 짜증스럽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즐기면서 누가 최적의 인물인지 꼼꼼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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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환기자

e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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