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등잔 밑이 어두운 대학등록금 논쟁

사학법개정 통해 대학 자정능력 강화… 등록금 문제해결 위한 출발점 될것
   
▲ 강명구 (아주대 교수)
[경인일보=]물론 선거가 머지않았기 때문이겠지만, 한 번 세게 데어서 그런지 촛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다고 학생들이 거리로 촛불 들고 나서니 정치권이 야단이다. 민주당은 학생과 시민단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바쁘고, 여권은 당정청(黨政靑) 실무주역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선거 악재와 MB 레임덕을 막을까 묘수 찾기에 바쁘다. 언론에는 온갖 분석과 해설 기사가 넘치고 넘친다. 일본에서 원전사고 나니 온 국민이 원자력 과학자 되고, IMF 구제금융 받으니 온 국민이 구제 금융전문가 되었듯이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들 대학 교육 전문가 될 정도이다.

지내온 세월의 두께가 꼭 현명함의 두께라는 보장은 없지만 군대 3년을 빼면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20대 이후의 모든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백화제방(百花齊放)식 논의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인구에 회자되는 온갖 논쟁을 바라보자면 다들 틀린 말 없지만 잘못하다가는 또 옛적 대형 사건들처럼 국민들 교육만 시키고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 못 믿겠다,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한다는 불신에 근거한 이기적인 사회적 교육효과 말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내 보기에 정작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하고, 생각으로는 멋지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실제로는 공허한 모든 것들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나 무엇하고 있다'는 선전효과를 위해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 척하며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학이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내부 견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립학교법의 기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내부 견제만 제대로 되어도 무능하면서 동시에 탐욕스러운 사립대학 재단의 교묘한 횡포를 막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혈세 지출 또한 최소화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물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강화가 곧바로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아주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제대로 견제만 받으면 많은 부패 무능 재단들이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허리 휘게 벌어 내는 학생 등록금으로 학생과 교수 위에 군림하면서 골프장 회원권이나 사는 재단은 당연히 퇴출되어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나의 제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교과부는 지원은 하되 쓸 데 없는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하는 역할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재단과 교과부가 음성적으로 공모하면 깨기 힘든 철옹성이다. 교과부 퇴직자들이 대거 대학의 고위직으로 몰리는 전관예우는 금감원-저축은행 간의 부패구조를 재생산하는 것과 진배없다. 둘째로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의 내부 자정 능력이 요구된다. 한심한 집단들에 자율을 주면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기 쉽다. 이른바 '분파의 해악'으로 나타나는 한심한 대학 사회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이 강화되면 교과부나 언론이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장도 담그기 전에 구더기 걱정부터 해서 되겠는가? 게임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규칙을 지키려는 힘이 강해지는 법이다.

개혁이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소나기처럼 오지 말고 봄비처럼 스며야한다. 소리만 요란하게 등록금 논쟁이 대학 개혁이라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자 재단들은 벌써 사립대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였다고 알려진 박근혜의 대망론에 목을 매고 있단다. 정말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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