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융복합(融複合)장르로서의 문학

전자책 '自家출판시대' 도래하면… 작가와 독자 경계까지 무너뜨려
   
▲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문화협력실장)
과학기술의 발달이 문화의 흐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문화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과학기술의 변화에 둔감하다. 불황과 호황을 동시에 겪고 있는 최근 한국 출판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종이책 출판계는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 그리고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같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출판사들도 불황을 비껴가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있다. 출판계는 불황의 첫 번째 원인으로 아이패드, 스마트 폰 같은 IT 기기의 대중화를 꼽고 있다. 그런데 전자 출판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자책 매출은 전년 대비 64% 늘어났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전자책 이용 현황을 조사해 보니 전자책 이용자가 작년에는 조사 대상의 23%였으나 올해에는 51%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전자책에 대한 만족도도 58%에서 79%로 크게 늘어났다. 시민들은 만족한 가장 큰 이유로 휴대하기 편리한 아이패드, 갤럭시 탭, 스마트 폰의 출현을 꼽고 있다. 같은 IT 기기의 대중화가 한 쪽에는 불황, 다른 쪽에는 호황을 가져다주었다. 독자들이 휴대하기 편리한 단말기가 보급되지 못한 점이 전자책이 보급되지 못한 요인이었는데,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가 이 불편을 해소해 주었다

종이책 출판의 불황과 전자책 출판의 호황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00년 전후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은 신문, 책과 같은 인쇄매체가 사라지고 인터넷 신문,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매체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러나 인쇄 매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주요 매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자 이러한 예견은 잘못된 예견으로 치부되었다. 2007년 아마존 닷컴이 킨들이라는 휴대용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미국에서는 전자책이 빠른 속도로 공급되기 시작하고, 한국에서 스마트 폰이 출시되어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가 시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도 출판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전자책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의 예측은 어긋났고, 눈앞에 닥칠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종이책 출판사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전자 출판은 문학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전자책은 문자만이 아니라 음향과 영상도 함께 수록할 수 있기에, 시인이나 성우가 낭송하는 시를 들을 수 있는 시집,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는 시집 등 다양한 형태의 시집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 영상도 함께 보여 주는 영상 여행기도 출현할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출현하면서 여러 예술 장르가 융복합되어 새로운 장르가 출현하였으나, 비교적 이러한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문학분야에서도 미술,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융복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전자 출판은 자가(自家) 출판 시대도 열어줄 것이다. 전자책 자가 출판시대에 작가들은 인쇄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가 출판물의 생명이 별로 길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나, 전자 자가 출판은 계속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가 종이책의 3분의 1 수준이고,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제작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 무료로 자가 출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미 인터넷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전자 자가 출판은 작가와 독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문학책의 유통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독자가 창작의지가 있으면 작가가 되어 스스로 제작한 문학 책을 유통시킬 것이다.

이제 대학 문예창작 관련 학과는 새로운 융복합한 장르로서의 문학을 교육하기 위한 변화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와 문단은 여러 장르가 융복합된 새로운 문학에 맞는 창작 방식을 모색하고,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한 듯하다. 21세기 디지털시대를 사는 문화인들은 과학기술의 변화에 항상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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