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고지전

끝나지 않았던 한국전쟁에 카메라를 들이밀다
2011년/한국/133분/휴먼 드라마
감독:장훈
출연: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개봉일:2011.7.20. 수. 15세 관람가
별점:★★★★★★(6/8개 만점)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갑작스레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휴전으로 끝이 났다. 그동안 대다수 한국전쟁 영화들은 드라마틱하게 남진과 북진을 거듭했던 전쟁 발발 후 1년간에 집중해 왔다. '고지전'도 이렇게 모두가 다 아는 한국전쟁을 다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쟁이 오락으로 소비되는 기존 전쟁조망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 직접 전장으로 뛰어든 종군기자처럼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병사 하나하나의 마음에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런 발상 자체는 여느 전쟁 드라마에 비해 무척 새롭고 신선하다.

   

이렇듯 '고지전'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전쟁을 어떻게 끝맺었는지에 메스를 든다. 한국전쟁 총 사망자는 4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951년 1월 1·4후퇴 이전 사망자수 100만, 그렇다면 그 이후 38선 중심 중부전선에서 고지쟁탈전 전후로 목숨을 잃은 귀중한 생명이 300만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휴전협정이 속개된 후 2년2개월간 공방전에서 오늘이냐 내일이냐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죽어간 병사들의 이야기가 바로 '고지전'이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주인이 바뀌는 고지전의 되풀이되는 비극 속에 전쟁이 정령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전쟁 중 전사한 중대장의 몸에서 발견된 아군의 총알을 조사하러 보내진 방첩대 강은표 중위(신하균)가 2년간 연락이 끊겨 죽은 줄만 알았던 김수혁 중위(고수)를 만나게 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처음 시작할 때 전쟁의 의미를 관객에게 던지며 자연스레 묻어나던 호기심과 베일 속에 가려졌던 악어중대 포항전투의 비밀이 초중반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모든 비밀이 우연히 발견된 현장에서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술술 풀려나가는 장면에선 맥이 빠진다. 긴장감이 어느 순간 툭 하고 끊어져버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감독은 관객에게 전쟁의 허무함을 몸소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물론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연기로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은 없다. 류승수, 고창석 등 조연들의 뒷받침 속에 '고비드' 고수의 연기변신과 '파수꾼'에서 조명받은 이제훈의 신들린 눈빛은 영화 내내 스크린 위에 별빛처럼 총총 빛난다. 다만 모든 의문이 폭로하듯 밝혀지면서 모든 비극을 바로 옆에서 서술하는 관찰자 역할의 신하균의 존재의미가 다소 약한 것은 흠.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연타석 중전안타로 충무로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과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안방극장까지 평정했던 박상연 작가가 11년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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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배기자

ace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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