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자원봉사

매년 새얼굴 등장 재기의 힘 얻어… SNS 중심으로 정보의 폭 넓어져
   
▲ 조용완 (논설위원)
재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사회단체·봉사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또는 개인이 각종 정보망을 통해 참여할 곳을 정해 구슬땀을 흘린다. 노력 봉사는 기본이며 기능적 봉사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이 보인다. 반면 재해에 대비하는 수준은 아직도 후진국형이다. 폭우시 가장 우려되는 산사태는 세계적인 추세로 홍콩·대만·일본 등 인근 나라의 예만 보아도 대비 정도를 알 수 있다.

방재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피해지역을 다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토부·기상청·자치단체 등의 통합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의 경우 인재의 범위가 넓은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위험적인 요소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는 땜방식 복구다. 과학적 체계적인 복구시스템을 말하고 있지만, 단기간 퍼붓는 비의 양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산기슭 마을과 저지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복구 시스템이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업도 예산도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그 빈자리를 자원봉사자가 메우며 버티고 있다.

우리의 자원봉사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예는 2007년 12월 7일 태안 해상에서 터진 미증유(未曾有)의 기름유출사건이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의 이름을 따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로도 불리며, 유출된 원유도 엄청나 1만2천547㎘에 이른다. 1997년 이후 10년 동안 발생한 3천915건의 사고로 유출된 원유(1만234㎘)를 앞지른다는 통계이고 보면 그 양을 짐작하게 된다. 범위도 상상을 초월해 인근 해안지역을 넘어 진도·해남에 이어 제주 추자도 해안까지 퍼져 양식업과 해수욕장·어장·양식시설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 망가졌다.



태안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후 1차 해상방제는 2008년 1월8일, 도시지역 해안방제는 같은해 10월10일 마무리 됐다는 보고가 있다. 이 또한 인재로 10년 또는 30년이 될지 기약하기 힘든 방제를 초 단기간내에 일단 끝내고 폐허가 된 해상산업이 활기를 되찾게 한 일등 공신은 자원봉사였다. 사고 발생 한달 만에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서해안으로 향한 자원봉사자의 수가 50만명을 넘었다. 연 참여인력은 213만2천322명이고, 이중 순수 자원봉사자가 122만6천730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현장에 참여치 못한 많은 국민들은 성금으로 대신했다. 태안기름유출사건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진화한 자원봉사활동의 동력이 된 이례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사례다.

자원봉사자가 고통받는 이웃에게 힘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헌신적이며 마음이 따뜻하다. 훼손된 국토를 살리고, 생업을 잃은 지역민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하는 정부와 사건 책임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이들에게는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수해 등 재난사고로 지칠만도 하지만, 재난현장에는 늘 이들이 있으며, 새로운 얼굴들도 매년 등장한다. 자원봉사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면 재기의 힘은 몇배가 된다. 힘을 실어 주는데 일조하는 것도 자원봉사다.

IT 강국인 우리의 자원봉사활동은 업그레이드중이다. 소셜네트워크(SNS)가 그 중심에 있다. 평소 관심있던 민간단체(NGO)에 등록해 놓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늘고 있다. 개인의 봉사활동 접근성을 쉽게 해주기도 하지만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전파하기도 한다. 정보의 폭이 넓어지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대비에 항상 늦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봉사에 대한 회의다. 자원봉사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재해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희생 뒤에는 희망이 보여야 한다. 재해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으면 이웃에 희망과 힘을 주는 자원봉사의 열정도 식을 수도 있음이다. 정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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