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창간특집

경기 구도심 학교공동화 현주소와 해법

농촌학교처럼 빈 교실 느는 '도심속 오지학교'


운동장에 활기채울 방법… 소규모 학교간 통폐합…
   
 

학교 공동화가 심각하다. '베이비 붐 세대'를 지나 '두 자녀 시대'마저 끝나고 '한 자녀 시대'가 계속되면서 학생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농촌지역에 국한됐던 공동화 현상이 이제 도시 변두리 지역과 구도심 지역까지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빈교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은 학교 공동화 현상이 다른 곳보다 한박자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신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학교 공동화 현상이 교육문제·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미 전교 학생수가 200명이 안되는 '미니학교'가 농촌지역을 제외한 경기도내 동(洞)지역에만도 수십곳에 달한다. 이같은 '미니학교'들은 부족한 예산으로 경영상의 문제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차질의 우려까지 높아서 교육당국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공동화된 학교들을 살리기 위해 통폐합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각종 제도적 규제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도내 학교공동화 현상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얼마 전 고향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던 김모(45)씨는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초등학교 이야기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김씨가 졸업할 당시 학년마다 7학급씩 있던 초등학교가 지금은 학생이 크게 줄어들어 학년별로 1개 반에 불과할 정도의 소규모 학교로 전락해 버렸고,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조만간 자칫 폐교를 해야하는 형편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농어촌지역 학교들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구도심지역 학교마저도 폐교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이니 허탈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 경기도 지역 구도심과 변두리 지역에서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빈교실이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학교 빈교실 모습.
/경인일보 DB

■ 인구는 증가하는데 학생은 감소

통계청의 2010년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의 지난해 인구는 1천137만9천명으로 5년 전보다 96만4천명이 증가했다. 연평균 2.67%씩 증가한 셈으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인구 전체 증가율 2.8%에 근접한 수치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증가 속도보다 경기지역의 인구 증가 속도가 5배나 빠른 셈이다.

전체 인구에서 경기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17.1%에서 2000년에는 19.5%로 2.4%p나 상승했다. 이어 2005년에는 인구 비중이 22.0%를 기록하며 1천만 명 시대를 열었고, 2010년에는 23.4%까지 높아졌다. 경기도의 인구는 계속 증가해 2030년에 1천405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28.9%를 차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내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생수는 2007년 199만4천300여명을 정점으로, 2008년 198만8천여명, 2009년 196만6천700여명, 지난해 194만100여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감소폭 또한 2008년 0.3%, 2009년 1.2%, 지난해 1.3%로 커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취학 아동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도심 지역마저 학교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의 교육통계상 도내 초등학생수는 2005년 97만9천630명에서 2006년 96만6천347명, 2007년 95만1천908명, 2008년 92만586명, 2009년 88만141명, 2010년 84만8천135명으로 불과 5년만에 13만1천495명(13.4%)이나 감소했다. ┃그래픽 참조

   
 

2005년 15만5천987명이던 초등학교 신입생은 2010년 12만5천406명으로 5년동안 3만581명(19.6%)이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11만8천437명에 그치면서 전년도 대비 6천969명(5.6%)이나 줄어들었다.

중학생도 2007년 48만9천54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48만8천203명, 2009년 48만4천656명, 2010년 48만2천17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교생의 경우는 아직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가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도내 고교생수는 2009년에 45만6천897명으로 전년 대비 2만262명이 늘어났으나, 지난해(46만1천461명)에는 4천564명이 증가하는데 그쳤고, 올해(46만3천971명)는 2천510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교육청측은 도내 고교생 숫자도 2013년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학교 공동화, 농어촌에서 구도심·변두리로 확산

1987년 4월 개교한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부천초교는 올해 전교생이 121명인 소규모 학교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각 학년마다 1학급씩 전체 6학급에 불과한 이 학교는 2002년 18학급에 전교생이 722명에 달하기도 했었지만, 2000년대들어 도심 공동화의 여파로 미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원 남창초교의 경우는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전교생이 9천명을 넘을 정도로 도심지역 상권과 인접한 대규모 학교였지만, 현재는 전교생이 82명에 불과할 정도로 '초미니 학교'로 전락했다. 남창초교의 경우 수원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팔달문 일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있는데다가, 구도심에 밀집해 있던 인구가 구도심 외곽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 경기도 구도심의 학교가 활력을 찾는 방법으로 통폐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도적·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회에서 연습한 춤을 학부모들 앞에서 선보이는 모습.
/경인일보 DB

최근 수년 사이에 이처럼 도내 구도심과 변두리 지역을 중심으로 농어촌처럼 심각한 학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금자리·택지개발 등 대형 개발 호재로 인한 인구 유입으로 도내 자치단체들의 인구 증가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한 학교 공동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거나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농어촌 읍·면을 제외한 동(洞)지역의 학생수 20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수원 남창초, 성남 왕남초, 부천 부천초, 광명 안서초·온신초, 안산 대부초·대동초·능길초, 평택 죽백초, 화성 활초초, 하남 망월초·서부초·고골초 등 38개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도서지역 또는 분교인 부천 대장분교와 안산 풍도분교, 오산 삼미분교 등 6개와 의정부 송양초, 고양 홍도초·산원초 등 보금자리나 택지개발지구의 8개교 등 14개교를 제외한 구도심 및 변두리 지역의 24개 미니학교가 학교 통폐합 기준인 학생수 200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 참조

이들 구도심과 변두리 지역의 미니학교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학교 예산에 시설 관리마저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칫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 갈 길 먼 구도심 학교 통폐합

정부는 농어촌 지역의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1982년부터 소규모 농어촌 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했다. 통폐합 추진 배경은 농어촌 학령(취학)아동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급증, 교육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이에 따라 학교 통폐합을 통해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이었다. 다시 말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교육의 정상화를 꾀한 셈이다. 하지만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지역 문화센터로서의 역할 상실과 농어촌 공동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반발에 부딪히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2005년까지 전국 5천200여개의 학교가 통폐합된 것으로 일단락됐다.

농어촌 지역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신도시 개발 등 구도심 및 변두리 지역의 학교도 해마다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교육과정 정상화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교육 투자의 효율성 향상 등 학생·교원·교육환경 측면에서 통폐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감소폭이 해마다 커지면서 구도심 등지의 학교 공동화로 인한 복식학급 진행, 방과후 수업 소홀 등의 각종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학교 통폐합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시급하게 도입돼야 하는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소규모 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인해 교육 시설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고 갈수록 교육환경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한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적정 규모 학교 학생들에 비해 선의의 경쟁이 부족해 학습동기 저하, 또래 집단 형성이 어려워 진취성 및 협동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소규모 학교를 통합해 적정 규모의 학교로 육성하면,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에서 벗어나 교원들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고 교직원 증가로 수업 외의 업무 부담도 감소될 수 있다. 학교 통폐합을 통해 절약한 예산은 학교 교육기자재 구입이나 교육시설 확충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환경 측면에서도 효과가 커, 학교 통폐합을 통해 적정 규모의 학교로 육성해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육계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 통폐합을 위해서는 농어촌 학교의 통합처럼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통학거리를 1천m 이내로 할 것'이라는 학교 결정기준이 구도심 학교의 통폐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제도로 손꼽힌다.

통학거리내에 다른 학교가 없으면 사실상 통폐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교간 통폐합이 추진되더라도 농어촌 학교 통폐합과는 달리 스쿨버스 등 대체교통편 마련을 위한 예산 편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통폐합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부모나 지역주민, 동창회 등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처럼 이들에 의해 통폐합 여부가 좌우된다"며 "학교 통폐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가뜩이나 어려운 구도심 및 변두리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더욱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도시지역 구도심의 공동화된 학교를 통폐합하기 위해서는 현재 걸림돌이 되고있는 학교결정 기준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며, 통폐합 이후에도 일어날 수 있는 통학의 문제나 학생 여건의 차이 등을 감안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과 교육 프로그램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폐합으로 인해 비어버린 학교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과 이를 지원하는 정책 등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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