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땅끝 '정서진' 더이상 지는 해가 아니다

서해 낙조 명소 꿈꾸는 인천… 광화문서 34.526㎞ 떨어진 오류동 위치 올초 개발본격화

김민재 기자

발행일 2011-09-0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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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진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正東津)'과 전라남도 장흥의 '정남진(正南津)'처럼 인천에도 '정서진(正西津)'이 생긴다. 인천시 서구는 경인아라뱃길 개항에 맞춰 인천터미널 인근을 '정서진'으로 지정하고 인근에 서해 낙조 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해 낙조 명소를 꿈꾸는 정서진이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 명물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정서진'이 뜬다!

해돋이 관광지로 유명한 강릉의 정동진은 '임금이 거처하는 광화문에서 말을 타고 동쪽으로 달리면 다다르는 육지 끝의 나루'라는 구전문학의 한 귀절에서 유래했다. 서구는 이 점에 착안,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 인근 서구 오류동 1539의6이 광화문의 정서 방향에 위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초부터 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광화문의 도로원표는 경도 126도58분35초, 위도 37도34분08초다. 정서진은 경도 126도35분17초며, 광화문으로부터 34.526㎞ 떨어져 있다.

서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아라뱃길 친수공간에 조성하는 각종 관광 인프라와 서구의 관광자원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던 중 정서진 사업을 구상했다.

   

서구는 정서진을 경인아라뱃길 수향8경,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해 정동진과 견줄 수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인근의 세어도 어촌마을, 녹청자사료관 등과 연계한 테마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정서진 전망대와 상징물은 경인아라뱃길 수향8경 중 2경인 '섬마을 테마파크'에 조성된다.

하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데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당장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수공간도 부족한데다 연계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동진이나 정남진과 같이 해수욕장이나 주변 즐길거리가 충분한 것도 아닌데다, 또 대부분 지역이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 연계 프로그램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구는 정서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정동진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정서진은 서울역과 한번에 이어지는 공항철도 검암역과 가깝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정서진 인근에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해수사우나를 조성해 숙박문제를 해결하고 수변 카페거리를 조성해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정서진 상징물 조성사업은 지역기업이나 대기업의 협찬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 정동진

# 정서진 원조 논란

인천 서구가 정서진을 지정한 이후, 한동안 '원조' 논란이 있었다. 그 논란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충청남도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는 '대한민국 서쪽 땅끝, 정서진'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이는 만리포관광협회가 지난 2005년 태안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운 표지석이다.

서구에서 정서진 사업을 발빠르게 추진하자 만리포관광협회는 지난 6월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제1회 만리포 정서진 선포식 및 기념축제'를 개최했다. 여기에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태안사랑'이 홈페이지와 각종 SNS 등을 통해 만리포 정서진을 홍보하고 있다.

정서진을 추진하는 서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움직임이다. 만리포를 정서진으로 지정하려는 태안군의 논리는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의미의 충북 중원(충주 일대)을 기점으로 했을 때의 정서방향이 태안이라는 것이다.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 일대에서는 새벽에 중국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만큼 중국과 가까운 서쪽에 위치했다는 것도 또다른 논리로 제시되고 있다.

   

서구는 누가 먼저 표지석을 설치했느냐를 떠나 '정서진'이라는 명칭의 의미만을 살펴봤을 때 인천 서구 오류동 일대가 훨씬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만리포는 해수욕장인 반면, 오류동은 경인아라뱃길 인천터미널이 조성되는 곳으로 '나루'라는 의미에 맞다는 것이다. 일단, 서구는 지난 4월 '정서진'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하고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하는 등 태안군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서진 상징물과 로고 디자인 공모도 마감했다.

하지만 정서진이라는 이름을 누가 먼저 차지하냐가 중요하기보다는 어떤 관광 아이템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 '정남진'에서 길을 찾다

지금은 정남진으로 유명해진 전라남도 장흥군. 강릉 정동진의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정남진도 정동진이나 정서진과 마찬가지로 '광화문'이 기점이다. 지난 2001년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한 장흥군은 2005년 장흥군 관산읍 신동리를 공식적으로 '정남진'으로 지정했다. 이후 각종 관광상품에 정남진을 연결시켰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남진 사업을 추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장흥군은 표고버섯과 키조개·한우 특산지로 알려진 평범한 고장이었다. 하지만 정남진 지정 이후 각종 드라마와 시사·교양, 예능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현재 장흥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토요시장'. 전국 최초의 주말시장인 토요시장은 최근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이후 더욱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단순한 지역의 특산품이었던 표고버섯과 키조개·한우도 덩달아 인기다. 이 세가지를 같이 요리해 먹는 '한우삼합'이 토요시장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수향2경 섬마을테마공원(정서진 상징물 및 전망대 설치지역).

매년 여름 탐진강 일대에서 열리는 '정남진 물축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이 축제는 3년 연속으로 소비자가 뽑은 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88만명이 이 축제를 찾았으며, 이로 인한 경제효과만 650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이 축제를 다녀간 관광객이 91만명이 넘었다. 정남진이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는 '우드랜드'나 배를 타고 1시간 50분이면 제주도까지 갈 수 있는 '노력항' 등이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정서진과 비교했을 때 정남진은 이미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관광 인프라가 풍부하긴 하지만, 정서진도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만 있으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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