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회적 위기와 포퓰리즘

'포퓰리즘'을 포퓰리즘으로 막으려던 서울시


분노와 위기계층 보듬는 정책개발 필요할때
   
▲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새 정권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선진국 중에서 최저수준의 성장률, 파업과 인플레이션의 폭풍, 이윤과는 인연이 없는 국영기업, 재정적자, 민심의 황폐라고 하는 '빚의 유산' 뿐이었다." 1978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시기를 설명하는 내용이나, 지금의 우리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에 새로운 사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처 수상은 현실을 직시하고 강공법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으나, 지금 우리는 우회모드가 지배하고 있고 이를 직시하려는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포퓰리즘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 힘에 의존하려고 한다.

대중의 인기를 지향하는 포퓰리즘은 각국의 정치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1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거의 사회에서는 항상 돌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189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소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파시즘과 만나면서 포퓰리즘은 과격한 정치적 전략으로 전환되고 소수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이미지 정치로 전개되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포퓰리즘이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수단으로 남미에서 재등장하였다. 남미에서 군사 혁명 세력은 빵과 고기를 주는 대신 독재를 실시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확산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과다한 복지 정책에 의한 국민의 무기력증을 유발한 남미병의 원인이 되었다.



최근에 포퓰리즘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의회를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절차 대신에 이미지나 인기에 호소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편승하여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 전략을 지칭한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을 통해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과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의회 정치를 무시하고 길거리 정치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부담을 통해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혜택을 보는 집단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고, 부담이 되는 계층은 무관심한 틈새를 파고 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포퓰리즘을 해결하겠다던 서울시장은 의회와의 대립 구도를 해결하지 못하자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고, 이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결국 (경제적)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막아보려고 하다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후유증으로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법치주의나 대의민주주의가 발전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가 국회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길거리 정치에 의존하려고 한다. 민주정치에서 의회(parliament)는 합리적 토론을 의미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우리의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 포퓰리즘의 구호는 복잡한 정책 문제를 사고의 생략과 정치 쟁점의 단순화를 통해 투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확산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은 소외된 다수의 이익을 지지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당성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보다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갈등을 초래하여 집단화를 도모하는 정치 세력에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잠복하여 있는 실업 및 경제 위기,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양극화 심화로 발생한 '분노의 계층'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과 노령화로 발생한 '위기의 계층'을 보담아 내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정략가가 아니라 통 큰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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