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산행

[송수복과 함께 전철로 가는 산행]불곡산 ~ 영장산

경계를 가르는 능선… 교차하는 작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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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청명한 날씨를 벗삼아 오른 영장산 정상에서 강남300CC골프장의 시원한 녹음이 한눈에 들어왔다. /송수복 객원기자

■ 산행지: 성남 분당, 광주 오포 불곡산(313m) ~ 영장산(413.5m)

■ 산행일시: 2011년 9월 3일(토)

성남은 크고 작은 산들이 도심을 에워싼 곳이다. 산들이 도심과 인접해 있기에 어느 곳에서 내려와도 전철과 연계가 잘 되어 있다. 성남시계에 위치한 남한산성은 워낙 많이 알려진 유원지이고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청계산도 걸쳐 있다. 이 곳은 동네 뒷산처럼 쉽게 다가가서 넓고 높게 보고 오길 권하고 싶다. 또 오고감에 불편함이 없는 널찍한 산책로와 같은 길이므로 오가는 이들에게 경쟁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걷기 좋은 길이다.

■ 오리역~태재



오리역 3번 출구에 내려서면 비슷한 처지의 산꾼들이 모여있다. 들머리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방향만 잘 잡고 걸으면 될 터인지라 한 줄로 서서 앞서간 이들을 따라간다. 분당교 다리를 건너 무지개마을로 접어들어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니 6분 정도가 소요됐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는 날씨는 햇살이 보이는 위치에선 도통 먹히지 않는 말인지 이마에선 벌써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 동네 주민들이 양산을 받쳐들고 지나가는 산책로에 접어들자마자 용인시와의 경계점에 다다른다. 산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이 줄지어 나타나며 서서히 고도를 올리는가 싶더니 제법 다리에 힘을 줘야 할 구간도 나온다.

"어휴 동네 뒷산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구간도 있군요"라며 일행을 자처한 염숙현(47·여)씨가 엄살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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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에 만난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동네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배낭을 갖춰 메고 산을 오르는 이는 보기 힘들다. 등산로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즐비한 데다 쉬어가기 편한 나무의자들이 곳곳에서 서둘러 가던 걸음을 유혹한다. 나무그늘 아래로 이어지던 등산로를 따라 한 시간 반 정도를 걷다 보면 처음으로 하늘이 나타나며 곧이어 불곡산 정상이라는 표지석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주민들이 정자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야간에 왔더라면 도시의 야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행 안내판은 곳에 따라 태재를 가리키다 영장산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어차피 같은 방향이다. 무리없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다가 태재로 내려서니 식당과 상가들이 즐비하다. 이른 아침부터 힘들여 싸온 도시락이 괜스레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편의점에 들러 얼음커피 한 잔으로 몸을 식히고 도로에 나선다. 태재고개를 넘어 분당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의 텅 빈 좌석들을 에어컨 바람이 채워주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발걸음을 영장산으로 옮겼다.

■ 태재 ~ 영장산

갑자기 변한 것이라곤 등산객들의 수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인데 약간은 어수선하던 등산로가 한적해진 것이 오히려 어색한 순간이다. 다만 열병합발전소의 굉음이 한동안 그 자릴 메워주다 능선 오른편 광주시 방향에서 각종 공사현장의 소음이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익숙한 소리로 자리를 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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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에서 새마을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완만한 길이다.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주는 그늘 아래의 나무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쉴 수도 있고 한적해서 좋은 길이다. 능선 오른편으로 한창 건축 중인 주택지를 지나기도 하고 택지조성을 목적으로 토목공사를 끝낸 널따란 부지를 만나면서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고급주택들의 모습을 보던 박형욱(56)씨가 "저 넓디 넓은 집이 있어도 누워 잘 땅은 두 평도 안 될 것을…"이라고 말한 뒤 능선 아래로 깎여 나간 터를 말없이 바라보고 섰다.

고갯마루라고 여겨지지 않던 새마을고개를 지나 서두를 것 없는 발걸음으로 한 시간여를 걸으니 오른편으로 강남300CC 골프장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골퍼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영장산은 이곳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나 완만하게만 지나오던 길에 익숙해져서인지 꽤나 솟아 있는 느낌이다. 태재고개에서 6㎞를 걸어와서 만난 영장산은 야탑동과 이매동, 새마을연수원 등에서 올라올 수 있는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어서인지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서서히 지는 해를 안고 이매역 방향으로 내려서기 위해 종지봉을 거쳐 갈 것인지 약수터를 통해 갈보리교회 방향으로 내려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구간에 이르러 돌마고등학교 안내판을 따라 내려선다. 두 군데의 약수터를 지나자 성남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육교를 만나게 되는데 산행이 끝나는 지점이다. 갈보리교회와 돌마고등학교를 지나면 수원과 안양, 과천,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연이어 지나간다. 분당 불곡산과 영장산은 수원~분당 간 전철이 개통되면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될 산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남한산성이 지척이므로 불곡산~영장산~남한산성을 잇는 종주코스 또한 권장할 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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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안내

■ 등산로

1. 오리역 - 무지개주공12단지 - 불곡산 - 태재고개 - 새마을고개 - 영장산 - 이매역(7시간)

2. 오리역 - 불곡산 - 태재고개 - 영장산 - 갈마치고개 - 검단산 - 남한산성 서문 - 남한산성역(11시간)

/송수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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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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