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스마트 시대와 인간적 서정

모든정보 알려주는 인간욕망의 화신… 훈훈하고 정겨운 소통의 삶도 담아
   
▲ 김구슬 (협성대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시인)
9월 4일 김달진 문학제 국제시낭송회가 창원시 진해, 시인의 생가 앞마당에서 열렸다. 마당을 들어서자 하얀 깃발들이 하객을 맞이하듯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돌담을 죽 돌아 올해 수상한 시인들을 포함해 그간 수상한 시인들의 대표작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소곤대고 있는 것이었다. 마당에 들어서면서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자연스럽게 탑돌이 하듯 돌담을 돌며 깃발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년부터는 창원KC국제시문학상도 제정되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최고의 시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자 프랑스,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서 온 각국의 시인들이 자국의 언어로 시를 낭송하기 시작한다. 마치 귀 기울이면, 언어는 잘 알 수 없지만, 무슨 말인지 좀 알아들을 수 있기나 한 것처럼 모두가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어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하다. 각국의 대표 시인들이 낭송을 끝내면 참으로 감동을 받은 듯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낸다. 프랑스어나 일본어, 중국어, 몽골어 등을 아는 사람들도 꽤 있을 수 있다.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잘 할 수 있는 원로 시인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어는 학부 시절에 공부한 바 있어 한마디 한마디가 추억의 미로를 걷듯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알지 못하는 언어로 시를 낭송하는데도 모두가 열광하고 일제히 감동과 환희의, 때로는 한숨 섞인 박수를 쏟아내는 것이다. 이 미스터리의 열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올해 창원KC국제시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시인 끌로드 무샤르는 유독 '소통'에 의미를 두어, 시란 "세상에 대한 열정"이고, 그런 까닭에 "나와 세상 간에는 '함께-사이에'라는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속삭인다. 무엇을 구태여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았고, 의미를 전달하려 애쓰지 않았음에도 그날의 그 시들은 그대로 존재하면서 마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전달되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진실과 진정성이 전제되고 소통과 공감을 원할 때 구태여 이해시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진실은 전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가 끝난 후 마을 사람들이 마련한 막걸리와 음식들이 기막히게 맛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동민들의 소박하고 훈훈한 마음이 그들이 준비한 음식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면 농경 사회의 인간은 타자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상호의존의 구조 속에서 훈훈하고 인정 넘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스마트 사회의 인간은 넘치는 정보와 지식으로 타자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개인주의적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터치스크린의 방식은 어떤가. 고도의 기술 정보 스마트 시대일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할 것이다. 삼성이나 애플 모두 슬라이딩 터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터치의 방식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 폰 속의 모든 정보 역시 인간의 욕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을 인간에게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담아 놓아야 하니 스마트 폰이야말로 인간 욕망의 화신인 셈이다. 그날 시인의 생가 마당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 시대의 개인주의적이고 세련된 삶의 편리함을 즐기는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농경 사회의 훈훈하고 정겨운 소통과 공감의 삶에 대한 욕망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스마트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인간 삶의 복잡성, 그것은 동시에 풀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깃발 속을 뛰어다니며 유년을 그리워하다 서울로 돌아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여서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어놓았던 일이 떡 버티고 있다. 이번 추석은 우리 집 차례다. 제수 준비도 해야 하고 집안 정리도 해야 한다. 명색이 스마트시대의 원조인데 이런 거 다 해결해 줄 스마트한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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