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이기심과 편견도 나의 일부다

우월감 보단 겸손한 마음으로 서울시장선거 '축제' 만들기를
   
▲ 최원영 (인하대 겸임교수·극단 십년후 대표)
범죄자들조차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이었던 알 카포네는 "나는 내 생애의 전부를 사회를 위해 바쳤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차가운 시선과 비난, 그리고 범죄자라는 낙인뿐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죄인들이 스스로를 선한 목자로 여긴다면, 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요?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인 코난 도일은 평소 장난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가깝게 지내던 유명 인사들에게 익명으로 전보를 칩니다.



"당신의 불륜이 드러났으니 일주일만 피해 있으시오." 며칠 후 도일은 친구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집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내들이 그에게 남편들의 근황을 물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최고 학자인 퇴계 선생이 한적한 시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살던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던 중에 꽃가마 행렬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는 순간, 꽃가마에서 미모의 여인이 마침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습니다. 민망해서 퇴계 선생은 고개를 돌리고, 여인도 창문을 닫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퇴계 선생은 이렇게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아! 평생을 수양했는데도, 이 욕망이 나를 죽이는구나."

인간의 욕망이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칩니다. 바로 이기심 때문입니다. 이기심은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시선으로 상대방과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위해 외과의사가 들어와 환자의 차트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환자를 수술하지 못하겠어. 얘는 내 아들이야."

어찌된 일일까요? '혹시 아버지가 두 명은 아닐까?' 그러나 그 외과의사는 환자의 어머니였습니다. 마음속에 '외과의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편견은 이처럼 사물이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학시험을 보기 전에 교수가 말합니다.

"3번 문제는 아직 푼 사람이 없다." 그런데 한 학생만이 풀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학생은 지각을 해서 교수가 말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재들인 선배들이 그 동안 풀지 못한 문제라면 '나도 풀 수가 없다'는 편견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이기심의 발로가 고약한 것은 자신을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곧 상대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도취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바로 탐욕과 교만이 마음속을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

서울시장직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기심을 깔고 편견을 숨긴 채 '내가 되어야 한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후보자들은 '누가 옳으냐?'로 다투기 쉽습니다. 우월감은 '나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이어져 상대의 과거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기심도 나의 일부이고,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관대한 시각을 갖고, '무엇이 옳은가?'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무게 중심이 '나'로부터 '시민'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이때 선거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됩니다.

이기심도 나의 일부입니다. 편견도 나의 일부입니다. 퇴계 선생의 부끄러운 자기 인식이 오히려 퇴계다운 면모를 지키게 했듯이,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여유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으로부터 생깁니다. 이때부터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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