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원가 줄인 반값만이 진짜 반값이다

국민들 세부담 가중시키는 공약 문제


생산비 등 절감통한 실질적 대책 필요
   
▲ 김용민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얼마 전 서울시장이 시립대학 등록금을 내년부터 반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선거공약에서 상대 경쟁후보와 마찬가지로 반값공약을 했으니 이를 지키겠다고 하는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게 하였다고 한다. 한때 촛불시위가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정부를 향한 적이 있었다. 그 운동을 축으로 하여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의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는 보도를 해댔다. 나중에는 감사원이 나서서 전국 주요 수많은 대학들의 회계감사를 감행했다. 일부 부실한 대학들의 잘못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다수의 선량한 사립대학들은 그 감사 때문에 교육 외의 일로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다.

한편 지나간 대통령선거때 반값아파트라는 말을 일부 정치인이 하면서 반값아파트공약도 불거졌다. 현 정권은 보금자리주택으로 유사한 효과를 내거나 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이러한 약속을 조금이나마 이행하려한 모양새를 보였다.

특정부문의 반값이야기가 사회로부터 높은 관심을 끈 것은 그만큼 우리의 아파트값이 비싸고 등록금 또한 비싸다고 하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등록금도 반값으로 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 아파트값도 그러한 길을 찾아 나서는 건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말들을 사회 지도층들이 신중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남발한다면 그로 인한 파생효과가 반드시 좋게 귀결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반값이나 반의 반값, 반의 반의 반값 등은 우리가 거의 매일 장터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물건 값들이다.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에서는 반값, 그 훨씬 이하의 값도 등장한다. 드물게는 가구나 주방용품 등도 이러한 대열에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풍부하게 넘치는 반값할인거래가 우리에게 신선함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값싼 제품이란 게 재고 의류, 구형 모델 전자제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아니한 식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잔여량을 계속 반값 이하로 팔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생산될 때 이미 신품가격에 그와 같은 떨이손실액이 보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값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신선하게 자극하거나 감동케 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혁신이나 관리의 개선으로 실재 생산비가 반값으로 줄어들도록 함으로써 비로소 진짜 반값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경우일 것이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이 그와 같은 원가절감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이나 교육방법의 개량에 의한 것임이 아닌 것으로 안다. 인건비나 대학 운영비를 절약하여 반값등록금이 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려 행하는 반값할인으로 보인다.

또한 반값아파트공약의 이행을 위해 보금자리에서 보는 것처럼 국토관리계획에 저해되는 개발을 자행한다. 더불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처럼 궁색한 주택들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녹지의 훼손, 대형 재정비사업지구에 무임승차하기라는 편법으로 공공의 공간이나 타인재산권 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 임대주택이나 지으려는 발상들이 진짜 반값아파트가 지닌 신선한 뜻을 줄 리가 없다. 새 건축공법의 개발, 개인의 자율과 경쟁에 의존한 개발 비용의 절감을 통한 반값아파트가 아닌한 신선한 감동을 주는 반값아파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캠페인 소재로 선호도가 높고, 목적이 선의이며 국민들의 귀가 솔깃한 것이라도 관련된 언행은 신중히 할 일이다. 장터에서 흔히 쓰는 반값할인은 나름의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의 적정 생산비나 등록금의 적정 운영비를 계상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반값이라는 무지갯빛 이야기로 국민들을 현혹하려 한다면 그것은 지조를 중시해야 할 지도자들이 걸어야 할 행보가 아니다.

반값아파트의 시대, 반값등록금의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시대는 현재보다 생산비를 현저하게 절약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활용한 결과로서만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국토계획을 유린하거나 시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반값공약과 그 실현은 이 시대의 미덕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생산비의 절약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반값만이 진짜 반값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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