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우리가 먹는 약은 과연 안전한가?

일반약 슈퍼판매 청소년 오·남용 부추겨
   
▲ 김대원 (경기도약사회 부회장)
약의 안전성에 관한 사례를 들때 종종 거론되는 예는 탈리도마이드의 사례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부터 독일에서 개발된 약으로 당시 가장 안전한 약으로 선전하며 임부의 입덧치료제로 각광을 받아 많이 사용되었으나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부가 팔다리가 짧은 사지기형을 가진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고 탈리도마이드는 제조와 시판이 중지되고 이를 계기로 의약품의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대두되었으며 약물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98년 탈리도마이드는 미국에서 한센병 치료제로 허가가 났고 2006년 다발성 골수종에 처방되는 항암제로 사용 승인이 났다. 대략 44년 만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탈리도마이드 제제가 생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부활하는 듯하던 탈리도마이드는 또다시 안전성 문제로 도마에 오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4월 25일 탈리도마이드가 심근경색, 뇌혈관 질환을 유발시킬 위험이 있다고 의·약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탈리도마이드가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으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약품은 효과와 부작용을 항상 같이 가지고 있어 흔히 양날의 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40년 이상 안전한 약으로 인식되던 콘택600의 판매중지 사례가 있다. 콘택600에 함유된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라는 성분이 뇌졸중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2004년 시장에서 전격 퇴출된 것이다. 콘택600은 퇴출되기 직전까지도 일반 감기약 중 판매 1위를 달리던 제품이었고 제조사인 유한양행은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에 이른다. 콘택600과 탈리도마이드가 모두 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밝혀졌지만 탈리도마이드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콘택600이 전격 퇴출된 것은 콘택600을 대체할 성분은 시중에 다양하므로 굳이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존속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의약품의 안전성이란 끊임없이 검증되어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작용이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효용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의약품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요즈음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정책은 의약품의 안전성을 너무 소홀하게 다루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복용하는 약이 언제 또 치명적인 부작용의 위험이 밝혀져 퇴출될지 모른다. 그나마 의약품이 약국에서 관리될 때는 즉각적인 회수가 가능하고 관리가 가능하지만 약국 외에서 판매된다면 과연 제대로 회수나 관리가 가능할까.

더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로 약의 부작용을 오히려 이용하여 오남용을 일삼는 청소년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다이어트를 위해서, 조퇴를 하기 위해서, 기분 전환을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일반약을 오남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언론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청소년들의 이와 같은 약물 오남용은 일반약 약국 외 판매가 시행된다면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슈퍼 판매를 하고 있는 미국의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어려서부터 슈퍼진열대에 과자와 함께 진열되어 있던 일반약을 청소년들은 더 이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의약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과자나 식품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경우 약물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연령대가 10대이다. 의약품의 부작용은 한두 번 복용으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복용함으로써 누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부작용을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것은 지금 당장 나타나는 부작용도 문제지만 나중에도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과 함께 약국을 통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약이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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