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도 양구 사명산

내 영혼은 자유를, 흰 눈꽃은 평화를… 끝없는 능선 침묵이 퍼진다 '바람에 실려…'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1-12-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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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의 지맥인 도솔산맥의 전경.

■ 산행지: 강원도 양구 사명산(四明山·1천198m)

■ 산행일시: 2011년 12월 16일 (금)

# 한층 가까워진 오지산행지

춘천을 거쳐 양구로 가야하는 길이 고속도로 덕분에 한층 빨라졌다. 예전보다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사명산을 처음 만난 것은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마지막 구절인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를 입에 달고 살던 서른살의 나이였다. 10여년이 지난 즈음에 다시 찾는다는 설렘에 들뜬 마음으로 산행기점으로 정한 추곡약수터로 향한다. 양구 사명산은 금강산에서 시작되는 도솔지맥(兜率枝脈)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다.

도솔지맥은 백두대간이 금강산 아래로 남진하며 매자봉(1천144m)을 기점으로 나뉘는데 내륙방향으로 흐르는 산줄기로 민간인이 지날 수 있는 최북단에 위치한 도솔산(1천148m)~대암산(1천304m)~봉화산(875m)을 거쳐 사명산(1천198.6m)을 지난 후 죽엽산(859m)과 추곡령, 종류산(811.1m)~부용산(882m)~오봉산(779m)~수리봉(656m)을 지나면 북한강과 소양강 합수점이 있는 우두산(133m)에서 끝을 맺는 능선이다.

# 명약이 따로 없는 효험 좋은 추곡약수터

춘천을 지나고 배후령을 넘어설때 쯤 고갯마루 오른편의 오봉산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의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보다 쉽게 산을 오르기 위해서 택하는 코스로 가장 선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의 소견은 피해야할 코스이기도 하다. 오르막 없는 능선길에서 마냥 내려서기만 하는 산행코스는 관절의 손상을 가중시키고 위험도만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심폐기능과 근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반대로 산행을 하여야 한다. 겨울철엔 특히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피해야 할 구간임에도 많은 이들이 능선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겨울철은 산행코스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다치고 나서 하소연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추곡약수터는 춘천서 양구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를 이용해 춘천시 북면 추곡리를 찾아가면 된다. 한때 주차장 이용요금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올릴 정도로 그 유명세를 이어갔던 곳이다.

특히 위장병과 당뇨에 특효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 많은 이들이 요양과 치료를 목적으로 이 물을 마셨는데 이는 꿈에서 산신령의 계시를 받은 동네주민 강원보라는 사람이 1812년에 발견해 동네 주민들이 각종 병환에 효험을 보면서 입소문을 탄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신경통과 아토피, 고혈압에도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며 중증의 환자들이 이 물을 마시고 병의 호전이 있었다 하나 그 실체에 대해 규명된 바 없이 구전으로 전해질 뿐이다.

아찔한 구름다리를 지나 문바위봉으로 향한다. 산새소리 하나 없는 것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게다가 바싹 말라버린 낙엽소리만 들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쌓인 눈이 오를수록 점입가경(浙入佳境)이다. 형편이 이러다보니 한걸음 올랐다 두 걸음 미끄러지는 수고를 마다할 수 없다. 바짝 올라붙던 길이 잠시 느슨해진 틈을 타서 얼른 낙엽 위로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쉬어본다. 눈이 내리려는지 구름이 내려앉고 바람도 없이 적막 그 자체다. 하늘 아래 참나무 끝 까마득한 높이에 푸름을 간직한 겨우살이가 까치집 모양으로 달렸다. 겨울임에도 열매 맺고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참고로 겨우살이 채취를 목적으로 입산하는 경우 산주의 동의가 없으면 상당한 벌금을 내게 된다.

고요속에서 혼자 걷던 가운데 단발마에 가까운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웃음이 섞인 비명이다. 문바위봉으로 가기전 만나게 되는 무명탑으로 이어진 구름다리가 그 원인으로, 등산로와 비켜서있는 암봉에 조성된 무명탑으로 갈 수 있도록 놓여진 것인데 호기심에 건너가던 등산객들이 구름다리 중간에서 질러대는 소리였다. 재미삼아 건너다니는 모습을 보니 군대시절 유격훈련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안전상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함부로 건너다니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 사방팔방 경치 좋은 사명산 정상

눈길에서 미끄러지며 엉덩이로 깔고 앉은 등산스틱이 엿가락 휘듯 휜 것에 대한 보답을 해주려는 것일까. 사명산 정상에 서니 춘성(춘천), 화천, 양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소양호(昭陽湖)가, 서쪽으로는 파로호(破虜湖)가 한눈에 보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으로, 가을엔 오색 단풍으로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으로 겨울의 설경 또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능선의 웃자란 나뭇가지에 핀 설화가 산새의 날갯짓과 바람에 낙화되어 산정무한(山情無限)의 정취를 더하는 곳으로 사방의 막힘 없는 조망은 설해(雪海)를 이루고 있다.

현재 양구팔경으로 소개되기를 제1경 두타연, 제2경 펀치볼, 제3경 사명산, 제4경 광치계곡, 제5경 파서탕, 제6경 파로호, 제7경 후곡약수터, 제8경 생태식물원을 두고 있으니 사명산 정상에서의 조망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을까.

그러나 역사속에서의 사명산은 가뭄 끝에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었으며 임진왜란 당시에는 민병대를 조직하여 전투를 하였고, 6·25 전쟁 당시에는 중공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아픈 과거가 담긴 곳이다.

산이 지닌 아름다움 속에 숨은 인간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파랗던 파로호 물빛이 노을에 물들며 붉게 다가올 즈음 선정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니 산너머로 해가 넘어간 지 오래인지라 추위가 급속히 피부로 다가온다. 시린 발 걱정을 저만치 앞세우고 종종걸음으로 도로를 걷던 중 빙판에 미끄러지며 하나 남은 등산스틱마저 깔고 앉는 통에 어이없는 웃음만 나온다. 비웃기라도 하듯 구름 없는 어두운 하늘에 별 하나가 반짝인다. 이래저래 고개 숙인 하산길이다.

/송수복객원기자

   

※ 산행 안내

■ 등산로

웅진상회 ~ 선정사 ~ 사명산 ~ 1162봉 ~ 문바위봉 ~ 7층석탑 ~ 추곡약수(6시간30분)

웅진상회 ~ 선정사 ~ 사명산 ~ 1162봉 ~ 문바위봉 ~ 수인리(4시간40분)

■ 교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서울춘천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배후령길 ~ 추곡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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