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횡성 덕고산

深雪, 그리고 숨바꼭질…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2-01-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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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산행은 소복히 쌓은 눈을 밟고 걸을 수 있는게 매력적이다.

■ 산행지: 강원 횡성 덕고산(德高山·1,135m) ~ 봉복산(鳳腹山·1,022m)

■ 산행일시: 2012년 1월 8일(일)

# 때 묻지 않은 청정오지의 산

한여름이라면 신대계곡의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라도 씻겨 보련만 온통 얼어붙은 탓에 찾아가는 길도 녹록지 않다. 스키 시즌을 맞은 강원도에서의 주말 산행은 참으로 각오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오지로의 산행은 그러한 걱정들을 벗어던질 만한 매력을 안겨주기에 달콤한 유혹에 빠져든다.

봉복산과 덕고산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산행지로 대중교통 접근성은 떨어진다. 덕분에 그다지 많이 찾지 않는 탓에 보존환경이 좋은 편이다. 한여름엔 신대계곡의 청량감에 더위를 씻을 수 있고 겨울엔 심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표고차가 큰 편에 속하므로 준비운동은 필수로 하여야 한다.

산줄기는 백두대간을 기점으로 하여 오대산에서 계방산을 지나 덕고산(德高山·1천135m)과 봉복산(鳳腹山·1천22m)을 만나게 되는데, 한강기맥에 속하며 영월지맥에 해당하는 태기산과는 성골을 사이에 두고 있다.

산행은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 공허한 바람만 가득한 쓸쓸한 주차장

얼음으로 뒤덮인 신대계곡을 따라 산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니 이곳 또한 개발의 바람 앞에 노출되어 펜션들이 들어차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상류에 해당하는 곳까지는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로가에 설치된 등산 안내판을 따라 주차장으로 찾아갔으나 대형버스도 이용하기 좋도록 해 놓은 주차장이 승용차조차 들어설 수 없도록 조치를 해두었으니 드넓은 주차장엔 바람만이 가득하다.

다시 차를 몰아 펜션 갈림길인 삼거리 빈 공간에 주차를 하고 길의 오른편 표식기들을 따라 걷는다. 출발한 지 3분쯤, 거리에 위치한 안내판의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만큼 계곡방향으로 틀어져 있다. 좋은 길을 놔두고 왜 이러나 싶어 살펴보니 차가 다닐 만한 길은 개인 소유지이므로 출입이 불가한 것이다. 안내판 방향인 철조망을 따라 계곡방향으로 나아가니 작은 컨테이너 있는 곳에서 다시 길이 갈라진다.

계곡을 건너서 봉복산 능선으로 바로 붙는 길과 컨테이너를 지나는 길인데 계곡과 방향을 같이 한다. 한남대계곡이라 불리는 이곳은 덕고산으로 바로 오르기도 쉽고 등산로가 완만하기에 덕고산으로 오른 후 봉복산을 다녀오기에 좋은 코스로 안내되어 있는 길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어느 산길보다 유순하다. 표현하기 좋게 딱 걷기 알맞은 길인 것이다. 하지만 깊은 계곡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길고 긴 계곡처럼 느껴지는 길이다. 게다가 양 옆으로 늘어선 능선들의 위용에 정상에 오를 수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마저 든다.

계곡 초입에서 만난 여러 개의 표식기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자리에 짐승의 발자국만 난무하게 되니 갈수록 오리무중이요, 오를수록 정상은 보이질 않으니 당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저 앞서간 이가 남긴 발자국이 최선이자 진실로 통하니 참으로 깊고 깊은 계곡에서 허덕이는 꼴이다.

# 실낱처럼 이어지는 능선길에서 만난 순백의 향연

계곡 초입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심설산행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터였다. 그러나 오르면 오를수록 눈의 양이 비례하여 많아져간다.

어느덧 능선에 다다를 즈음, 마치 설악의 어느 골짜기에서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훈련을 받던 장면이 연상된다. 그러다 보니 한 걸음 전진에 두 걸음 후퇴하기 일쑤인지라 힘이 배로 들고 전진이 더디기만 하다. 골짜기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옹골차게 몰아붙이기까지 하여 땀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다 올랐나 싶으면 다시 이어지는 오름길에 어느새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겨우 암봉에 선다. 능선 오른편 덕고산까지 한걸음에 다녀올 수 있는 지점이라 지나는 이도 없고 하여 슬쩍 배낭을 감추어 두고 다녀온다. 어차피 고생보따리인지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겠지만….

지나는 이도 오르는 이도 없는 덕고산에서 힘차게 돌고 있는 태기산의 풍차들을 바라보고 먼 발치에 놓인 오대산과 설악산을 눈에 담아두고 돌아선다. 그러자 바람이 얼굴과 온 몸의 빈 곳을 찾아 파고든다.

바람을 안고 능선을 타야 하는 방향으로 산행코스를 잡았으니 잠시의 판단 실수로 인한 고생은 순전히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

암봉에서 배낭을 찾아 봉복산으로 향하는데 홍천 방향으로의 지형이 가파른 절벽구간이어서인지 우회로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서 능선의 정상을 밟지 못하니 조망 또한 시원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오르내림의 편차가 적어서 체력의 소모는 여타 능선에 비해 덜한 편이다.

봉복산 정상에 다다르자 햇살 좋던 날씨에서 눈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바람은 한층 더 거세져서 분설에 눈이 부시고 얼굴이 따갑기조차 하다. 허파에 바람들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저 겨울 바람은 어서 넘어가고 봄 바람은 어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자 작은 눈송이들이 날리기 시작한다.

봄 꽃송이란 착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그 눈송이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소나무들은 죽을 맛일 게다. 그러다 지치면 쓰러지기까지 하니 세월을 이겨온 것도 한순간의 꿈이 되고 만다.

가파른 하산길에서 만난 소나무들도 애처로운 상황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 모습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일찌감치 산 너머로 해가 떨어질 것이기에 하산을 서둘렀음에도 산죽 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파른 하산길이 끝나고 원점으로 돌아오니 이미 해는 자취를 감췄다. 표고차가 800m에 이르는 산행인 데다 찬바람에 노출되어 있던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돌아오는 내내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아무 생각없이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송수복 객원기자
   

※산행안내

■ 등산로

신대리주차장 ~ 계곡삼거리 ~ 덕고산 ~ 봉복산 ~ 계곡삼거리(7시간)

신대리주차장 ~ 봉복사 ~ 덕고산 ~ 1094 암봉 ~ 한남대계곡 ~ 주차장 (5시간30분)

■ 교통

영동고속도로 둔내IC ~ 둔내(장평)방향 ~ 홍천서석방향 좌회전 ~ 신대방향 우회전 ~ 신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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