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 충남 서산 팔봉산

용굴 통해 세상밖으로 나오자 사방 어디하나 막힘이 없었다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2-02-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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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 몰아쉬며 달려온 바다 끝 용틀임

바다를 바라보며 선 자리에 불꽃과도 같이 타오르는 열정으로 빚어진 바위 덩어리가 한데 모였다. 꽃을 피우고 힘을 과시하듯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힘찬 바위들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팔봉산은 아기자기한 산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금북정맥 금강산(361m)에서 분기한 지능선에 속하여 있다.

갖가지 모양을 지닌 바위들이 능선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산자락 아래로는 임도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 있고, 1봉부터 3봉까지의 암봉을 오른 후 기우제터와 운암사지를 거쳐 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하여도 팔봉산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9개의 봉우리를 따라 모두 오른다 해도 3시간이 걸리지 않을 만큼 짧지만 여운만큼은 강렬하게 남는다. 보다 긴 산행을 원할 경우 8봉과 접한 금강산과 연계하면 5시간 정도의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비릿한 바다내음 가득한 바윗길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IC를 벗어난 버스가 들어선 곳은 팔봉산자락에 위치한 양길리 주차장이다. 산행을 시작하기도 마치기도 하는 곳이니 어지간히 붐비는 곳이라 생각하였지만 비교적 잘 정비된 탓이라 많은 인파에도 여유롭다. 시산제를 준비하는 산악회들의 분주한 모습을 뒤로 하고 1봉으로 향하는 길과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를 통해 오르는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해본다. 하지만 1봉의 전망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에 1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자연스럽게 바위와 밀접해지는 능선길로 향하는 길에서 진작부터 암반에 붙는 착화감이 좋다. 15분 정도를 걸어서 능선으로 붙는 첫 번째 관문에 도착을 하니 벌써부터 서해의 가로림만이 눈에 들어온다. 육지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바다가 가로림만으로 간척사업에서 간신히 벗어난 바다를 팔봉산 능선에서 고스란히 눈에 담아 둘 수가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앞으로 지나갈 봉우리들이 보여줄 비경에 기대를 거는 것이 이상할 리 없다. 하지만 그저 밀려갔다 밀려오기를 반복하는 가로림만의 바다는 조력발전소 건립 문제를 두고 현지 주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최근에 가동을 시작한 시화조력발전용량(25만㎾)보다 두 배가량 많은 52만㎾의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친 상태다.

어촌에서는 갯벌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길 만큼 풍부한 자연 생태계를 자랑하는데 이것이 조력발전소 건립으로 인해 황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방조제 부근에 해양종합관광단지가 개발되면 관광객이 연간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만내 수면의 정온화로 투명도가 증대돼 양식업 소득도 500여억원이 늘어난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느 것이 옳은 판단일까. 갈 길을 알 리 없는 바다는 속내를 감추고 고요속에 잠들어 있고 그저 인간들만 떠들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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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의 짓궂은 장난, 해산굴과 용굴

1봉에서 4봉까지는 줄기차게 암봉으로 이어져 있어서 조망권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특히 겨울철의 경우엔 눈과 얼음으로 인한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를 지나면 계속해서 철계단이 나타나는데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등산객들과 조우(遭遇)시 기다림으로 인한 시간지체가 잦은 곳이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한다.

한데 그 기다림은 뜻밖의 곳에서 더욱 시간을 더해가야만 하는데 그곳은 바로 '용굴'로, 흡사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과 닮았다. 배낭을 멘 채로는 절대로 빠져 나갈 수 없는 굴의 크기 때문에 몸을 비틀고 힘을 주어 빠져 나가야 한다.

물론 우회로가 있어서 몸에 흙 하나 안 묻히고 능선으로 가는 방법도 있으니 각자 알아서 할 요량이다. 팔봉산의 수호신으로 지내던 용이 살았던 비좁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니 가슴이 순간적으로 확 뚫리는 듯 시야는 밝아지고, 너른 벌판을 두루 굽어보는 기막힌 명당터에 도착을 하니 말문이 막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끼자루 썩어나도록 산과의 유희를 즐기고픈 심정이다. 용굴을 통해 나온 세상에서 만난 3봉에서의 조망은 가히 압도적으로 사방 어느 곳 막힘이 없다. 그저 하늘아래 바다와 육지를 잇는 곳에 나 홀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한 곳으로 경계가 허물어진다. 삶과 죽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하늘과 육지와 바다가 모두 하나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독보적 존재감을 찾아서 가는 길이 팔봉산 3봉에 있다. 그렇게 하나 되어 돌아가는 것으로 물아일체(物我一體)적 감동이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장소다.



#유순한 흙길 따라 꿈을 이어 가는 길

힘차게 올라친 기상을 받아 한껏 고무된 기분이 강해서였을까. 4봉을 지나고 나니 흙길이 너무나도 단조롭게 다가온다. 오르내림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할 지경이니 산행의 재미를 잃고 의무적으로 하산길에 접어드는 기분이다.

원래의 9개 봉우리가 이름을 갖지 못하고 한 개를 빼놓아 팔봉이 되었다는 전설에서도 흥미를 갖지 못하다가 고려 말 무학대사가 창건하였다는 간월암(看月庵) 낙조에 정신을 놓아버린 이도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이면서 천수만 일대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며 떨어지는 거대한 태양을 두 눈 부릅뜨고 쳐다보리라 다짐도 해본다. 그러나 팔봉산 정상에서의 낙조를 기대하면서 뒤돌아 보고 올려다 보는 노릇을 멈추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산쟁이의 숙명인가 보다.

/송수복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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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안내

■ 산행지: 충남 서산 팔봉산(八峰山, 362m)
■ 산행일시: 2012년 1월 29일(일)
■ 등산로
양길주차장-1봉, 2봉, 3봉(정상)~8봉-서태사-어송주차장(2시간 30분)
양길주차장-1봉, 2봉, 3봉(정상), 4봉-북쪽 천제단-대피소-호랑이굴-1·2봉 중간-양길주차장(2시간 30분)
■ 교통
-대중교통
서산버스터미널에서 팔봉면 양길리행 또는 어송리행 시내버스(30분 소요)
어송행 06:25 08:20 10:05 10:50 14:35 15:30 17:05
양길행 06:20 09:10 12:05 13:25 16:30
-자가용
서해안 고속도로 - 서산IC - 서산 - 팔봉면 어송리, 양길리
-내비게이션 주소
(어송리 주차장 - 충남 서산시 팔봉면 어송리 347의 4)
(양길리 주차장 - 충남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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