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셀 하자나비시우스
출연 : 장 뒤자르댕, 베레니스 베조, 존 굿맨, 제임스 크롬웰
개봉일: 2012.02.16. 목. 12세 관람가
별점:★★★★★★★☆(7.5/8개 만점)
'영화, 기본으로 돌아가라'. 태초에 영화가 있었다. 거기에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커녕 멋들어진 대사 한 마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이야기와 배경음악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감동의 회오리가 솟구쳤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로 3D를 넘어 최첨단 4D까지 등장하는 시대, 영화 '아티스트'는 무성영화 시대에 대한 오마주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영화의 기본인 스토리 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되짚으며 맞닥뜨린 흑백 무성영화의 재발견은 놀랍다. 대사 한마디 볼 수 없는 영화에서 관객은 어느새 이야기에 함께 참여하는 묘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스크린에 완벽 재현된 1920~30년대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사 한마디 그리고 내밀한 자막 없이도 단조롭지 않다. 거기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레 흐르는 음악이 있기 때문.
과잉된 빠른 대사가 감정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고 오히려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새삼스럽게 전율로 다가온다. 오히려 배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보기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1920년대 말 할리우드의 관객들이 경험했던 무성영화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단조로운 스토리 텔링 중간중간 적절히 배합된 위트에 관객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이야기는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을 이어가던 할리우드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조지와 그의 팬으로 그를 운명적으로 만나 여배우의 길을 걷게 된 페피의 엇갈린 러브 스토리다.
무성영화 시대가 끝나고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졸지에 설 자리를 잃게 된 조지와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페피, 시대와 사랑을 절묘하게 교차시켰지만 주요 인물들에게 집중 투영된 구성은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조지 역의 장 뒤자르댕(Jean Dujardin)은 막 고전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영화 내내 그의 목소리를 듣기를 고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또 조지의 단짝이자 동반자 강아지 어기(Uggie)의 애교도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로 뽑힌 '아티스트'는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최다 부문 수상에 이어 이달 말 2012 아카데미에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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