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민 / 사회부 |
검찰을 통해 알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조경업체 업자 A씨는 설날 직전 수원시 고위 공무원에게 한우 갈비 세트와 3천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건넸다 수원시로부터 고발당했다. 이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헌금을 내려던 돈이 잘못 들어갔고 혼자 한 일이다'라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A씨가 뇌물을 전달하려던 것은 맞지만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렇게 사건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달랐다. A씨가 '원청업체의 요구에 의해 돈을 전달해 줬다'고 자백하면서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은 지 보름 만에 건설회사 간부를 포함, 5명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묻힐 뻔 했던 하청업체를 동원한 대기업의 상납문화 전모가 고스란히 밝혀진 것이다. 이후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혀를 찼고, 경찰 내부에서도 반성과 성토가 이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독립 때문에 검찰과 대립한 게 얼마 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창피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경찰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하거나 수사 경과를 포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고, '정치 검찰'을 외치며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이 이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수사 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국민들이 경찰 수사를 신뢰하게 되면 수사권 독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제대로 된 수사로 국민의 믿음을 쌓는 경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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