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강진 대재앙

"日 정부, 원전 사고 대응에 무능"

민간조사위 보고서 "총리 개입이 혼란 키워"
   (도쿄=연합뉴스) 지난해 3월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정부가 원자력 사고 대응이나 관련 법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 '도쿄 포기'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데 급급했다는 민간 기구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민간 기구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독립검증위원회(이하 민간조사위)'는 28일 간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 등의 사고 대응에 대해 "불필요한 개입으로 상황 악화의 위험을 높였다"고 평가한 보고서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 총리 등이 의식한 것은 '도쿄 포기'라는 최악의 사태였다. 민간조사위는 간 총리가 "(도쿄전력 등의) 정보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해 국민의 평가를 잃었고, 전체적으로 불합격"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도쿄전력이 (원전에서) 철수하도록 허용하지 않아 (도쿄 포기라는) 최악 사태로 치닫지 않도록 막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민간조사위는 기타자와 고이치(北澤宏一) 전 과학기술진흥기구 이사장과 다다키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 등 전문가 6명과 사무국 직원 약 30명으로 이뤄졌고, 미일 정부 관계자 약 300명을 조사했다. 외국 전문가 의견까지 들었지만, 도쿄전력은 "사고 복구가 우선"이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직함은 사고 당시)

   ◇총리관저의 의심과 무능 = 간 총리 등 총리관저의 핵심 정치가들은 사고가 악화할수록 관계 부처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을 키워갔고, 현장에 직접 개입했다.

   배경에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민간조사위에 "1(후쿠시마 제1원전)이 망가지면, 2(후쿠시마 제2원전)도 망가진다. 2가 망가지면, 이번에는 (이바라키현에 있는) 도카이 (제2원전)도 망가지는 악마의 연쇄가 일어난다고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일본 정부가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한 시기는 지난해 3월14∼15일이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그런 일이 일어나면 상식적으로 도쿄까지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관저 핵심부는 이같은 위기감을) 논의할 필요도 없이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의 '원전 철수' 요구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강하게 거부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도쿄전력 사장은 "현장은 더이상 못 버틴다"며 원전에서 철수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간 총리는 3월15일 새벽 시미즈 사장을 관저로 불러 "철수는 안된다"고 못을 박은 덕에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조사위는 "(간 총리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원자력안전위원장이나 각료 등의 반론을 주저하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 기구의 보고보다 개인적으로 위촉한 전문가들에게 의존한 것도 문제였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이나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 등도 어렵게 확보한 전원차에 코드가 장착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가 하면, 감독관청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이나 도쿄전력 간부들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의심을 키워갔다.

   하지만 관저 핵심부는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 실질적인 통제에 실패했다.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관방 부장관은 "(재해 대책 매뉴얼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고백했고,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은 원전 사고시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예측하려고 만든 스피디(SPEEDI) 시스템이라는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정말로 형편없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기타자와 민간조사위 위원장은 보고서 발표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최악의 사태를 피할 건 다행이지만, 다음에도 이런 행운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미일 관계 = 일본은 미국에도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숨겼다. 미국은 사고직후 미군이나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관계자 등 160명을 일본에 파견했지만, 일본은 3월12일 NRC 위원장의 지원 의사를 받아들이길 거절했고, 3월14일 미국 전문가를 총리관저에 상주시키라는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의 요청에도 난색을 표했다.

   미국이 3월17일 자국민에게 출국 권고를 하는 등 미일 관계가 위기로 치달은 뒤에야 3월22일 미일 조정회의를 발족시켜 상황을 개선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01년 9월 미국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원자력시설 피격 가능성'을 조언했지만,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보고서에 대한 반응 = 간 전 총리는 보고서에 대해 "내가 '도쿄전력의 원전 철수'를 거부했고, 정부와 도쿄전력의 통합대책본부를 설치한 점을 '위기 대응에서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한 것은 공정하다"고 말했지만, 야당은 "이번 사고가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회에서 추궁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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