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강원 횡성 운무산(980m)

'순백의 향연'… 시리도록 아름답다
설화 만발 한강기맥 중심에 오르자 탄성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2-03-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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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끝자락이 아쉬운 듯 운무산은 아름다운 설경을 뽐내고 있다.

■ 산행지: 강원 횡성 운무산(980m)
■ 산행일시: 2012년 2월 26일(일)

# 구름과 안개에 숨은 운무산

겨울가뭄 탓에 쌓인 눈의 색마저 검게 변색돼가고 있다. 얼마나 가물었을까. 봄철 농사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이 앞선다. 이런 때일수록 산불을 조심해야 된다. 산을 찾는 사람들 모두 안전과 산불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산행 전 산불예방을 위해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입산금지 구역을 확인한 후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강원도 횡성군과 홍천군에 걸친 운무산은 한강기맥에 속해 있다. 백두대간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뻗어나온 이 산맥은 계방산을 지나 청량봉에 이르러 경기도 방향으로 줄기를 이어간다. 운무산은 그 가운데 위치한 산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잦은 안개로 인해 신비감이 가득하다. 능선 곳곳 어른 키를 넘는 철쭉나무로 인해 봄이면 아름다운 색으로 치장한다. 여름이면 숨겨놓은 비경의 계곡을 여럿 거느린 탓에 입소문으로만 찾아온 피서객들로도 성시를 이룬다. 능선 곳곳 거느린 기암과 절벽은 마치 설악의 어느 한 곳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러나 등산로가 나있지 않은 까닭에 눈으로만 감상하는 데 만족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등산객이 눈꽃을 감상하며 거닐고 있다.

# 겨울설경의 절정을 이룬 능선길

국도변에 위치한 속실리 마을회관에서 산아래 마을 안길로 들어선다. 폭이 좁은 도로를 타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시골마을의 아기자기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나무팻말이 눈에 띈다. 일기예보에서 한파를 동반한 폭설이 영동지방을 강타한다고 하더니 이른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며 도로에 쌓였다. 계곡 깊은 곳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데 산행기점으로 삼은 운무산장마저 진입하기 어려운 지경이라 마을버스 종점 공터에 주차하고 산에 오르기로 한다. 능현사 방향 시멘트로 포장된 길가로 동네 아이들이 계곡에서 눈썰매를 지치고 어른들은 얼음을 깨고 천렵에 나섰다. 산골마을 몇 안 되는 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선다. 한숨을 돌리며 산아래를 굽어보니 제법 올라온 듯하다. 능현사 주방에서 물동냥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들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팻말이 '한강기맥 0.82㎞'를 적시해 놓고 있다. "겨우 1㎞도 안 되는 거리잖아. 금방 가겠네"라며 산행에 동행한 박영민(56·수원)씨가 말한다. 그러자 일행 모두 수상한 날씨에 등산로가 묻히면 어쩌냐며 걱정을 앞세운 뒤 쉬운 산행이 되길 빌어본다.

낙엽송이 가득한 산길을 따라 눈속으로 사라진 길을 찾아 발을 내딛는다. 머리와 어깨에 수북히 쌓여가는 눈 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고도를 올릴수록 더욱 굵어지는 눈송이와 그 양에 다들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산길은 전반적으로 유순한 편이었다. 막판 능선부근 약간 가파른 걸 빼곤 평이하였으니 별다른 특징을 느낄 수 없는 산길이다. 가끔 드러내는 커다란 바위가 주는 중압감 정도를 빼면 운무산이 무엇 때문에 아름다운지 도통 매력을 느낄 만한 부분이 없었다. 그러다 설화가 만발한 한강기맥 가운데 서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설이 만연한 것은 둘째로 우선 안개 가득한 운무산 주변으로 상고대가 능선을 이루고 있으니 겨울에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그러나 발목을 덮는 눈길을 헤치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점입가경(漸入佳境)이 예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 운무산의 매력은 아름다운 눈꽃이다.

# 운무산의 숨은 속살 천연요새 암릉길

눈보라 속에서 길을 찾아 가는 게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기도 하고 또 어느 누군가에겐 큰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전이다. 눈 앞을 분간키 힘든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하산을 서두르는 것이 가장 올바른 판단이다. 그렇기에 운무산 정상에 서자마자 쉴 틈도 없이 하산길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여 무릎까지 눈이 쌓이기라도 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운무산장까지 한달음에 내려온 후에야 일행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을 할 수가 있었으니 그야말로 도망치듯 하산했다. 30여분이나 걸렸을까.

물론 눈이 쌓인 덕에 잘 미끄러져 내려온 탓도 있으리라. 어찌되었든 폭설을 피해 무사히 하산을 하였음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을로 돌아오는 찻길을 따라간다. 오후가 되어 날이 개면서 전반적인 산세를 볼 수 있었는데 올려다본 기암과 절벽이 또 다른 운무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설악 어디쯤에서나 볼 수 있는 풍에서 가슴이 쿵쾅거리며 두근거린다.

걸음을 멈추고 폐쇄된 등산로 팻말을 보고 있자니 속실리 4반장인 조인행(62)씨가 "예산부족으로 등산로를 개발하다 만 곳인데 일반인이 지나기엔 위험한 곳이에요.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만족해야지 섣불리 오르려 들다간 큰일난다"고 한다. 한번쯤 올라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암릉을 눈과 마음속에 새겨 두고 뒤돌아서는데 다시 눈발이 거세진다. 하늘이 준 기회였으리라. 암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에서 만났던 눈보라가 마을길을 덮치고 있기에 다시금 도망치듯 도로를 달려 나간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일행 모두가 상기된 표정들로 암릉과 눈보라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그렇게 산골마을 뒷마당에 겨울 눈송이처럼 쌓여 가고 있었다.

   
▲ 운무산수목원은 운무산의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산행 안내

■ 등산로

운무산장 ~ 운무산 ~ 삼거리(한강기맥 방향) ~ 능현사 ~ 마을길(3시간 30분)

■ 교통

영동고속도로 ~ 둔내IC ~ 청일면사무소 방향 ~ 춘당리 ~ 속실리 마을회관(노인회) ~ 마을안길

■ 운무산 산행 TIP

단체 산행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운무산자락으로 이어지는 길은 승용차만 통행이 가능한 작은 길이다. 단체 산행을 할 경우 속실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하여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동하여야 한다. 가급적 소규모 인원으로 산행하도록 하며 낭떠러지가 곳곳에 있으므로 등산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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