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경북 영주, 충북 단양 소백산

푸른하늘 배고누운 산자락 '앙칼진 바람의 잔소리'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2-03-1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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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 경북 영주, 충북 단양 소백산(1,440m)

■ 산행일시 : 2012년 3월 10일(토)

# 겨울 찬바람과 눈보라가 절정을 이루는 소백산

4월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야생화가 지천이며 5월말이면 철쭉꽃의 장관이 절정을 이루고 한여름이면 여기저기로 뻗어나간 물줄기를 찾아와 더위를 식히던 소백산은 차라리 겨울이 더욱더 매력적이다. 능선으로 다가가는 발걸음은 그다지 무겁지 않다. 어의곡이든 희방사 방향이든 일단 오름을 시작한 이상 그다지 힘들 것 없는 무던한 길이다. 산행이 순조롭지 않거든 운동 부족을 이유로 들어야지 산 자체가 힘들다고 탓할 것은 못된다는 이야기다.

소백산은 20여㎞ 유순하게 이어진 능선과 긴계곡처럼 여운이 긴 산이다. 이것이 다녀오고 나서도 할 말이 많은 이유다.

겨울 소백산행은 여지없이 북풍한설의 칼바람에 맞서게 된다. 세상천지에 어디서 그러한 바람을 맛볼 수 있을까?

앞사람의 등짝이라도 도움이 될까 다가서 보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 속절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앞에서 그저 입을 다물고 서둘러 추위를 피해 달아날 궁리만 할 뿐이다. 춥다 그리고 또 춥다. 한겨울의 소백산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만 겨울산의 멋진 풍광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그 감동은 긴 여운을 남기기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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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살이 하던 옛모습처럼 고즈넉한 희방사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시간의 지명 논쟁은 쉽사리 끝나 보이지 않는다. 영주시 의회를 통과한 '소백산면'이란 지명때문에 불화가 생긴 것이다. 산 하나를 두고 오랜 세월 이웃으로 지내던 곳이 지명때문에 싸움질을 시작하게 된 것인데 가만히 속내를 들여다 보면 영월의 '김삿갓면'을 벤치마킹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세를 등에 업고 경제적인 이득을 보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그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동네면 족한 것을 그리도 성을 내며 싸워야 하는지…. 속리산면이 속리산이 아니듯 추풍령면도 추풍령이 아니다. 공연한 싸움일랑 말고 그저 예전의 모습처럼 지내길 바랄 뿐이다.

봄비가 겨우내 드리웠던 우중충함을 거두어 가려한다. 하지만 꿋꿋하게 겨울을 간직하고 있는 소백산 자락의 어느 외진 곳. 아랫마을의 어지러운 싸움판을 떠나 눈덮인 서까래 아래로 고드름 가득한 희방사를 찾았다. 독살이 하며 겨울을 나던 스님의 모습도 예전의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곳이다. 한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에서 일어나는 물안개로 더위를 식히던 희방폭포에 다다르자 두께조차 가늠하기 힘든 얼음덩이가 하얀 기둥을 이루고 서있다.

이른 아침이어서였을까. 더욱더 찬기운이 느껴지는 까닭에 서둘러 가파른 오르막길로 다가선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넣고 양손에 등산스틱을 고쳐쥐곤 거친 숨 한 번 몰아쉬며 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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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지어 오르던 신년산행 코스

가파른 길이지만 줄지어 오를 수 밖에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코스가 희방사~연화봉~비로봉 구간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주말 등산객들이라면 한 두번씩 경험을 했으리라. 마찬가지로 필자가 찾은 주말 아침에도 10여개의 산악회 회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며 올라야 했다.

등산로를 벗어나면서까지 오를 수도 없는 구간인지라 묵묵히 갈 길을 간다. 연화봉까지는 그나마 순탄한 산행이다.

문제는 능선에 다다르고 나서부터인데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댄다. 아랫마을에선 춘삼월 냉이가 지천이고 달래도 캐러간다 하는데 소백산 능선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눈송이가 바람을 타고 유랑을 하다 모두 이곳에서 멈춘 것일까. 도무지 햇볕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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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중한 산맥의 줄기와 곱디고운 계곡의 속살을 한 눈에…

소백산 능선은 탁트인 가시권으로 장쾌한 볼거리가 으뜸인 곳이다. 반면에 그로 인해 마땅한 바람막이도 없으니 강렬한 바람과 뜨겁도록 내리쬐는 햇살로 인해 산행이 쉽지않은 곳이기도 하다. 운좋게 날씨 좋은 날 다녀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이 전부인양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나 10차례 이상 겨울 소백산을 찾은 필자는 양볼과 손가락에 동상을 입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없으리만큼 급강하한 기온과 매서운 바람앞에 속수무책이었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어의곡에서 올라온 등산객들과 합류가 되어 더욱 혼잡스러운 비로봉에 서서 앙칼진 바람소리를 듣는다. 흡사 산에 다녀오는 날 술취해 집에 갈때 아내에게 듣던 목소리다. 지독하게도 온몸을 파고드는 바람도 지쳤는지 점차 온순해지더니 푸른 하늘을 베고 누운 산자락을 마음껏 음미할 기회를 준다.

잠시나마 눈만 빼꼼 내놓던 갑갑함에서 벗어나 본다. 가슴이 트이고 눈호강을 이리도 격하게 할 수 있겠느냐며 다들 호들갑이다. 코넬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남녀간의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격정이 넘치는 사랑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인데 열정을 제외한 정(情)적인 부분으로 치자면 엄연히 사랑은 형태만 달리할 뿐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산에 대한 열정, 사랑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철마다 그리워지는 소백산에서 맞은 또 한해의 겨울을 이렇게나마 보내고 나니 어느덧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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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안내

■ 등산로

죽령 ~ 연화봉 ~ 비로봉 ~ 비로사 ~ 풍기삼거리 (5시간)

희방사 ~ 연화봉 ~ 비로봉 ~ 어의계곡 (5시간30분)

천동매표소 ~ 비로봉 ~ 비로사 ~ 삼가매표소 (4시간30분)

어의곡매표소 ~ 비로봉 ~ 어의곡매표소 (4시간30분)

■ 교통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풍기IC ~ 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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