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고조되는 한반도의 핵위기

'도발후 대가 챙기기' 반복하는 北

핵리스크 깨어있는 자세로 임해야
   
▲ 박종렬 / 가천대 CEO아카데미 원장
담담타타(談談打打) 타타담담(打打談談). 상대가 강할 때는 회담하자며 대화하는 척하고, 약할 때는 가차없이 때리는 마오쩌둥(毛澤東) 전법이다. 그는 '한 톨의 불씨로 광야를 불태운다'며 소수의 중국공산당원을 이끌고 1924년 쑨원(孫文)을 설득해 1차 국공합작으로 공산세력을 확대했다.

이어 대장정(大長征)으로 미화된 2만 5천리 패주(敗走)로 정강산까지 쫓겨가 오합지졸로 만신창이가 된 공산당을 1936년 장제스(蔣介石)와의 2차 국공합작으로 재건, 정세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전략가였던 그는 마적떼 수준의 유격대 홍군을 팔로군으로 키우며 국민당과 두 차례 국공합작(國共合作)에 성공, 1949년 국민당을 대만으로 내쫓고 중국을 창건했다.

북한은 오늘의 중국을 있게 한 담담타타 타타담담이라는 통일전선 전략전술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정권 수립 후 지속적으로 대남 적화전략에 원용하고 있다. 적화통일을 전략적 목표로 상정하고 있는 북한은 그동안 '도발한 뒤 회담을 통해 대가를 얻고, 다시 도발하는' 타타담담 담담타타식의 전형적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북-미 대화의 새로운 '국면'으로 나타난 베이징의 2·29 회담에서는 북한의 '담담'으로 미국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의 식량 공급 대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플라토늄 농축활동 잠정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식량지원 모니터링 등'을 북한이 약속하자 성급하게 6자회담 재개 등이 기대됐지만 김일성 사망 직후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던 북한은 2·29 합의문 발표 16일 만에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 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설정한 북한이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위성으로 위장해 발사하겠다며 '타타'를 선언하고 나서자 한국과 미국은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이라고 경고했고, 중국 러시아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타타담담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구사하고 있는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한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금지라는 2·29 북미 합의를 위반했다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앞으로 있을 대미 협상에서 새로운 카드로 이용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시간에 쫓기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공습 위협과 얽혀 있는 이란 핵문제로 어지러운데 북한까지 맞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대미협상에서 북한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취약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여 미국은 2·29 합의 파기냐, 유지냐를 놓고 딜레마에 직면했다.

북한은 이미 10여기를 넘어서는 기준원폭(20kt 폭발위력) 수준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플라토늄을 확보했고, 핵실험(2회)을 통해 핵무기 보유사실도 분명히 했다. 남북 간 전력(戰力) 불균형,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3월 들어 당·정·군이 총동원돼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특히 김정일 100일 탈상과 겹치는 오는 26, 27일 열릴 핵 안보정상회의 목전에 대남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직접 거론하며 '타격강도와 타격계선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의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전쟁수단', '그 어떤 나라도 갖고 있지 않은 최첨단 타격장비' 등을 거론하며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핵폭발 때 발생하는 전자기파로, 컴퓨터와 통신장비 등 모든 전자장비를 일거에 마비시켜 버린다는 EMP(Electromagnetic Pulse·전자기펄스) 등 전자전을 상정하고 있는 듯한 북한의 '무자비한 복수전'을 강조하는 대남(對南) 공세가 체제안정이 최대 과제인 '김정은 리더십' 안착의 시금석으로 포장된 것 같아 심상치 않다.

북한 핵문제는 '바위 위에서 계란 굴리듯' 조심조심 처리해도 걱정되는 '민족의 대우환(大憂患)'으로 북한 리스크에 따른 국가위기관리에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깨어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핵무기를 없애지 않으면 핵무기가 우리를 없앨 것이다'는 명제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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