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해민 / 정치부 |
주말이 지나고 나서 다시 찾은 외상외과. 기획보도 첫 기사를 봤다며 "외상분야 현실을 이렇게까지 심층적으로 써 줄지 몰랐다"는 말과 함께 그날 이 교수가 내어준 시간은 3시간 가량. 인터뷰가 끝나자 병원 홍보팀장은 "내외신을 불문하고 이 교수가 이렇게 한 번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 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며칠을 따라다녀 봤다. 이 교수는 그 명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그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쉬지않고 일하고 있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중증외상팀 동료 의사부터 코디네이터, 간호사들까지 모두들 그랬다. 하루 일과가 밤 11시에 끝이 나도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고 환자를 돌보는가 하면, 밤새 2층짜리 야전침대 1개에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자면서도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손도 못대 실려오는 환자들을 그는 참 잘도 살려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회진을 돌 땐 날카로워져 있을 환자가족들을 만나 일일이 상태를 설명해주고 희망을 불어넣어 줬다. 간혹 화를 내는 가족들도 있지만, 그는 다른 '권위적인' 의사들과는 달리 묵묵히 화를 받아줬다. 그가 한 다른 의사들에 비해 연봉이 반의 반 정도밖에 안된다는 말엔 정말 놀랐다. 그는 스스로를 "이류다"고 말했다.
지방대를 나와 서울 유력 대학병원이 아닌 지방병원에 있다는 걸 기준으로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단 1명만 할 수 있는 일을 척척 해내는 외상외과 분야 권위자이자, 일류다. 기자로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한 인간으로서 이국종 교수를 포함, 외상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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