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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혁명' 한류 방어는 바람을 멈춰 세우려는 것…

北암시장서 사치품 대접 '한류 심벌'

소련 해체부른 맥도널드햄버거 비견
   
▲ 박종렬 / 가천대 CEO아카데미 원장
폴란드 출신 유태인으로 소련 붕괴를 일찍이 예언했던 '전략의 달인' Z. 브레진스키는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국제전략가였던 그는 세계를 '거대한 체스판'으로 파악하고 통찰력을 갖춘 혜안으로 소련 붕괴를 미국의 승리가 아닌 부전승으로 평가했다. 당시 러시아에 근무했던 미국의 한 외교관은 소련 붕괴 과정에서 맥도널드 햄버거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모스크바에 상륙했던 맥도널드는 공산체제의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내 브레진스키가 말한 대로 인류역사의 '장대한 실험'이라던 공산주의 멸망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패스드 푸드에 불과한 문화상품이 냉전시대 철의 장막이 둘러쳐진 소련을 붕괴시킨 비밀병기였던 셈이다.

유사 이래 제국이나 대기업의 멸망도 거의 대부분 내부 분열이나 부패로 시작되었다는 사실(史實)은 역사가 증명해 준다. 유토피아를 파는 공산주의 종주국으로서 혁명을 수출하며 평등사회가 되어 천년 만년 지속될 것만 같았던 소련이 해체된 것은 서방의 핵 공격이 아닌 인간의 본성을 충족시키는 '문화적 충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소련정부의 개혁 개방 정책의 상징으로 미국 문화가 유입되면서 세계공산주의 심장부 모스크바 시내에 개설된 맥도널드 가게 앞에 1천여명씩 장사진을 친 모스크바 시민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첫째, 누구나 줄을 서서 돈을 내면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고, 둘째, 카운터에서 주문받은 여자종업원이 큰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소비자는 왕'임을 실감했다. 셋째, 맥도널드는 집단농장에서 현지 재배한 감자 튀김을 제공했다. 맥도널드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식욕을 만족시키며 역설적으로 평등이라는 공산주의 이상을 당당하게 시현한 것이다.

모든 악의 근원이 사유재산제도에 있다고 본 카를 마르크스는 사유제 철폐를 통해 계급없는 진정한 평등과 인간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브레진스키의 지적대로 공산주의는 이처럼 '과도한 단순논리'를 시의적절하게 내놓아 한때 수십억 인구의 열정과 희망을 사로잡고 20세기 냉전체제의 역사를 지배했고, 그 망령은 지금도 유령처럼 한반도 일부에서 활보하고 있다.

코카콜라를 능가할 문화상품인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100여 개 국에 수출되고 남녀노소가 즐겨먹는 '국민과자'다. 북한에 한류 전파의 선봉장인 초코파이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베트남 제사상에 오르고 중국에서는 결혼식 답례품으로 애용된다. 개성공단 근로자 4만6천여명에게 간식으로 지급된 일부가 북한 장마당(사설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북한 주민들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단일품목 매출 1조원대를 돌파한 과자업계 최고강자인 초코파이를 처음에는 근로자 1인당 하루 2, 3개씩 나눠 주다 생산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로 하루 10개 이상 주는 업체가 생기면서 평양 장마당으로까지 유입되고 있다. 간식 시간 뒤 쓰레기통 어디에서도 초코파이 포장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10여명씩 생산라인별로 '초코파이 계(契)'까지 조직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인에게는 영어나 일어, 중국어로 적확(的確)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정(情)과 한(恨)이라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언어가 없으면 사고할 수 없다'는 언어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하면 초코파이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서인 이 정(情) 콘셉트를 광고로 활용해 장기적으로 브랜드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개성공단 노동자 평균 월급은 약 12만여원인데 암시장 거래가격이 개당 무려 1만원에 거래되면서 간식으로 받는 초코파이를 모아 팔면 임금보다 더 많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사치품 대접을 받는 초코파이가 한류 심벌로 떠오르면서 초코파이 폭발력은 모스크바의 햄버거에 비견된다.

탈북자 2만명시대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는 북한이 아무리 '한류'를 막으려 해도 '바람을 멈춰 세우려는 것과 같다'는 말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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