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사랑의 부재가 학교폭력 씨앗

어른의 삶이 인성교육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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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 인하대 겸임교수·극단 십년후 대표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실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지난 16일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행사장에 여고생이 단상에 올라 동생의 사연을 소개해 모두를 울렸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김 교수의 말입니다. "왕따 가해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이 된뒤 자살률과 범죄율과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다", "가해자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때 이미 '조짐'을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의 병이 더 깊기 쉽다", "중학생 폭력이 심각하다지만, 그땐 이미 문제가 곪아 터진 다음이다."

참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인성은 곧 건강한 인격입니다. 건강한 인격은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인격에서 비로소 '사랑'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성이란 사랑을 주고받는 지혜의 샘입니다. 하버드대학과 여러 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승진에 영향을 준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즉 '전문성'과 '인간관계 능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전문성은 불과 15%밖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85%는 인간관계 능력이 좌우했습니다. 인간관계 능력이 곧 인성이고 인격입니다.

건강한 인격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건강한 '꿈'이 강렬할 때 형성됩니다.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 건강한 꿈입니다. 꿈은 나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먹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사랑이란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주고받음은 나와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행복으로 안내하는 소중한 교량 역할을 합니다. 요시노 히로시의 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이 안 되는/ 만들어짐의 과정//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하는 것.// 생명은/ 제 안에 결여를 안고/ 그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

맞습니다. 타자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내가 타자가 되어 상대의 결여를 채워주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의 주인이 됩니다.

주지 스님이 무척 아끼는 동자승이 있었습니다. 못 생기고 아둔한 그를 제자들은 미워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는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며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보지않는 곳에서 새를 죽인 후 그 주검을 가지고 다시 모여라. 오는 순서대로 후계자로 삼을테니." 모두 사라지더니, 잠시 후 죽은 새를 들고 서둘러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동자승만 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도망갔다며 수군거립니다. 그런데 이윽고 그가 풀 죽은 얼굴로 걸어옵니다. 아직도 짹짹거리는 새를 품에 안고서 말입니다. 주지 스님이 묻습니다. "왜 새를 아직까지 살려두었느냐?" "아무도 보지않는 곳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누가 보고 있더냐?" "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생명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폭력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그릇된 표현입니다. 충분한 사랑만이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인성교육이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어른들인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의 사랑 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인성교육은 어른인 우리가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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