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브리지 플러스·1]눈길 머물고 발길 멈추고… 그곳엔 '예술'이 있다

박물관, 문화적 욕구 충족시키는 역할 담당
설립자 열정 서려있는 사설 박물관이 '핵심'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2-06-07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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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미술계의 대모' 김윤순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용인시 파북동 '한국미술관'.

■ 프롤로그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00년이 지나면? 무엇이든 100살이 되면 완결성을 인정받는다. 100년 된 기업, 100년 된 학교, 100년 된 나무, 100년 된 도자기. 100년을 견뎌낸 존재에 대해 사람들은 안정성과 내구성, 역사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그 존재가 우리곁을 지키리라는 믿음을 보낸다.

지난 2009년 한국의 박물관 역사는 100주년을 맞았다. 1909년 창경궁 안의 식물원·동물원과 박물관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 우리 근대 박물관 역사의 효시다. 1912년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이 준공됐고, 1938년에는 이 박물관 유물 중 우수한 미술품만 골라 따로 전시했다. 전시관 이름은 '이왕가미술관'이었다. '이왕가'는 '일본 천황가에 복속한 식민지의 왕가'라는 의미로 우리 근대사 대부분이 일본과 맞물려 있듯 박물관도 그렇게 시작됐다.

   
▲ 방대한 양과 질적 가치를 지닌 소장품을 자랑하는 남양주 '우석현 자연사박물관'.

전쟁을 겪으며 6차례 이전끝에 용산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1호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100년 역사의 위엄을 풍기며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으로 국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100년 된 번듯한 박물관이 있는데 왜 계속 박물관은 새로 생길까. 경기도에는 용인 경기도박물관, 안산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해 남양주에는 실학박물관이, 용인에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있고 어린이박물관, 선사박물관 등 50여개의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도는 매년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원하고 있다. 도내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은 등록된 곳만 90여곳에 달하고 신규 등록 신청도 매년 10여건이 넘는다.

국제박물관회의 박물관 헌장은 박물관을 '인간 환경의 물질적인 증거를 수집, 보존, 연구해 전시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의 발전에 봉사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연구와 교육, 과학에 이바지하는 비영리적이고 항구적인 시설'이라고 정의했다. 박물관을 단순히 수집, 전시기능을 담당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보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문화적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박물관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국공립 박물관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유물을 선보인다면 사설 박물관은 주관적이고 특징적인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자 한 사람의 평생 열정이 서려있기도 하며 국공립 박물관에서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사소하지만 가치있는 보물이 숨어있기도 하다.

   
▲ 박승식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시흥 '창조자연사박물관'. 사단법인 미래자연사환경학회의 인증을 받은 화석과 유물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그렇다고 사설박물관과 미술관이 모두 영세한 것만은 아니다. 현대미술의 요람으로 불리는 뉴욕의 'MOMA(모마)'로 알려진 뉴욕현대미술관은 존 D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feller Jr.) 부인 등 3명의 여성이 중심이 돼 인상파 이후 유럽 미술을 소개하자는 목적으로 창설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미술관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으로 1966년 간송 전형필(全鎣弼)이 33세 때 세운 것이다. 서화를 비롯해 자기·불상·불구(佛具)·전적(典籍)·와당·전(벽돌) 등 많은 유물들이 있다.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은 용인의 '한국미술관'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대모 김윤순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카메라박물관'과 섬유미술품을 전시한 '마가 미술관'이 경기도에 있고 나비, 닭, 거미, 활, 세계민속악기, 전화기 등 다양한 주제의 유물을 보유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다.

   
▲ 세계 개인 카메라 박물관 중 제일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과천 막계동 '한국카메라박물관'.

그러나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라 해도 경기도내 사설 박물관·미술관의 역사는 채 30년을 넘기지 못한다.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10년이 안되거나 10년을 못넘기는 곳들이 적지않다.

운영자가 예술만 알고 경영은 몰라서 문을 닫는 곳도 있고 알려지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는 곳도 부지기수다. 경인일보 취재팀은 아트브리지를 통해 경인지역에서 문화의 일맥을 담당하는 분들을 여럿 만났다. 지난 13회 '아트브리지 인' 연재를 통해 만난 설립자들은 하나같이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공적' 사유재산으로서의 사설 박물관과 미술관 운영을 버거워했다.
 
그렇다고 사유재산에 공적자금을 무한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 취재팀은 그간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자와 등록과 지원 등 박물관 정책을 펴는 정부기관의 입장을 함께 담아내 관람객이 문화적 수요자로서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도록 '아트브리지 인'을 '아트브리지 플러스'로 리뉴얼해 연재한다.

   
▲ 수원 세류동에 위치한 '사랑나눔갤러리'. 이곳의 주인인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 회장은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아직 잊지 않은 기억을 도화지에 옮기도록 돕는 일을 26년 동안 계속해 오고 있다.

아트브리지 플러스는 20회에 걸쳐 경기도를 비롯 전국의 사설 박물관·미술관을 소개하며 설립자의 목소리를 통해 사설 문화예술 기관으로서의 특징과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등록된 사설박물관과 미술관은 물론, 등록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문화적, 교육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곳을 발굴, 독자들이 이 곳을 통해 더 풍요롭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들 중에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알차고 뉴욕의 모마보다 유명한, 세계인과 함께 문화를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박물관·미술관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민정주기자

   
▲ 김포시 고촌(高村)에 자리한 '보름산미술관'. 예술가로 40년을 살아온 장정웅 화백이 30여년간 방방곡곡 돌며 수집한 400여점의 망와가 전시돼 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으로도 유명한 박찬수 관장이 운영하고 있는 여주 '목아(木芽)박물관'.

   
▲ 한국·일본 시민들의 모금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광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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