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인생에 단 한 번 있는 일

2002월드컵, 잊을 수 없는 경험

여수엑스포, 놓칠 수 없는 행사
   
▲ 안톤숄츠 / 코리아컨설트 대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딱 한 번만 일어날 법한 사건이 있다. 그렇다고 태어나고 죽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생에서 벌어지는 아주 특별한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보통 전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그 경험이 다르고 또 좋았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대단한 이벤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매 순간 한국의 곳곳이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분위기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또다시 그런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 두근거림의 경험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

아무튼 2002년의 여름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10년 전 일이 됐고, 그 이후 지금껏 있어왔던 국제 행사들에서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볼 순 없었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한국 전역을 하나로 엮을만한 행사로, 모두에게 정열을 발산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한국이 세계적인 국제 스포츠행사 주최국으로 당당히 등극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엉성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한국의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주최 진영의 내부 갈등 등으로 기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호응도는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시점에서 여수세계박람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오랫동안 꾸준한 홍보를 해오며 전 세계의 집약적인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된 행사가 하나 있다. 여수 엑스포 뒤에 선 정부와 기업의 지원으로 이 행사가 잘못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된 뒤 7주가 지나오면서 매번 접하는 언론 매체들의 주된 반응은 문제만 많은 엑스포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는 행사라는 것이다.

행사 조직위원회가 보여준 많은 실수들은 당연히 수치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에는 언제나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나의 엑스포는 그야말로 인생에 단 한번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훌륭한 행사다. 만약 지금 한국에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꼭 이 행사를 보길 바란다. 올바른 태도로 관람을 즐긴다면 엑스포를 경험한 그날을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여수에서 가까운 광주에 산다는 이유이거나 엑스포의 독일관에 관여해서가 아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엑스포야말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있기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볼만한 멋진 국제 행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가기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올바르게 엑스포를 이해하고 관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엑스포란 만국박람회로, 그야말로 세계를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다른 나라를 배우며 잘 모르는 문화를 경험하고 심지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모든 기회의 장인 셈이다. 엑스포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그 많은 국가관들을 제쳐두고 엑스포가 끝난 뒤 줄을 서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 앞에서 어떻게 그 뜨거운 태양 아래 몇 시간이고 서서 입장을 기다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현대 한국 사회는 너도나도 편리만을 찾으며 순간의 만족을 좇아가는 욕구가 강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비단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은 스스로 보고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다운로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10대 소년이었을 때 나는 맹랑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의 라이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혼자서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했다. 며칠 간의 여행에서 콘서트장 앞 자리에 앉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더운 태양 아래 긴긴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호텔에서 잘 돈이 없어 길가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고생인가 묻는다면 서슴없이 그렇다고 말하겠다. 그러나 그 경험은 이 세상에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절대 놓칠 수 없는 내 인생의 단 한 번의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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