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교장을 바꿔달라 했을까

김민욱

발행일 2012-07-0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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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욱 / 사회부
"99번을 참은 후에야 학교에 가 따지는 것이 일반 학부모들의 마음이에요."

일부에서 불거진 몰상식한 학부모 덕분에 교권이 마치 땅에 추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현장이 많다. 교사는 여전히 갑이고, 학부모는 을이다.

이런 현실에서 더군다나 학교의 수장인 학교장의 잘못을 들춰내는 건 어쩌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인 A중 학부모들은 달랐다. 교장을 징계하고 바꿔 달라 수차례 요구했다. 결국 730명이 넘는 학부모 서명까지 경기도교육청에 전달된 후에야 문제의 교장은 직위해제 조치됐다.

학부모들이 벌였을 그동안의 힘겨운 과정은 수백장에 이르는 손때 묻은 자료와 꼬깃꼬깃한 서명지 원본 등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관계가 처음부터 이런 건 물론 아니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신임 교장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교육학의 명언처럼 교사들이 수업준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얼마 후 내 아이와 학교를 떠난 비정규직 교사 등의 입을 통해 전해진 교장의 비상식적인 학교 운영방식은 몸서리를 치게 했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이었다. 비정규직 교원들에게 수시로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아 학교를 떠나게 했고 심지어 교장에게 건의문을 올린 학생 2명은 직권으로 9일 등교정지 조치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교장의 교체와 징계 등 요구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한 의문은 학부모들이 두근반 세근반 심정으로 탄원서에 서명할 때 지역교육청과 도교육청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다.

한 학부모가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문득 떠오른다. "(교체요구를)수없이 눌렀던 교육청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와 (교장의 교체와 징계를 위해)쉼 없이 내달렸던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지금 생각해도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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