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밭

소통(疏通) 과 불통(不通)

   
▲ 김재규 / 동두천시청 예산팀장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성을 쌓은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기원전 40년 로마를 둘러싼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문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영웅으로 평가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실천했고 '팍스 로마나'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했던 로마는 300여년이 지난 서기 279년 19㎞에 달하는 아우렐리우스 성벽을 15m 높이로 쌓아 올린다. 성벽은 로마를 '영원한 도시'로 만들 것처럼 보였고 로마 시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410년 서고트족이 침입해 로마로 통하는 모든 도로와 다리를 봉쇄하자 성벽은 포위망으로 변해 식량이 바닥나고 전염병마저 돌게 되었다. 결국 성벽은 열릴 수밖에 없었고 4만여명의 서고트족 병사들은 로마 시내로 밀려들어와 3일간 약탈을 자행했다.

역사에서 배워서인지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소통을 강조한다. 소통, 달리 새로울 것도 없는 말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러모로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람간의 소통이야말로 의사와 인식의 소통인 만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렵고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소통이라고 하면 윗사람과 아랫사람간의 불통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위계질서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막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소통을 위해 아랫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 직접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런데 소통은 이 같은 방식에 머무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게임이 잘 안 풀려 우리팀이 고전하고 있을 때 중계하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말이 생각난다. 어려운 때일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며 선수들끼리 말을 많이 할 것을 주문했던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세대를 불문하고 소통을 위해 메신저를 하고 트윗을 하기 위해 수시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거나 스마트폰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요즘 시대는 소통의 장이 넓어졌다 하는데 세대간 개방성이 확대됐다고 하는 오늘날 오히려 소통이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산업의 발전으로 소통의 장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소통이 자기 PR에 그칠 뿐 상호간에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첫째,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상사의 다소 무리해 보이는 지시나 명령이라도 상급자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면 믿고 따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신과 반발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와 믿음은 평소의 많은 대화와 포용력 그리고 수평적 인간관계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관심과 눈높이가 관건이다. 소통의 장에서 개인적 사고를 트윗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막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눈높이를 맞출 때에 비로소 소통이 있을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상대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셋째, 대면(對面)이다. 옛말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였는데 자주 보고, 손이라도 잡아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순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은 허물어지면서 소통의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소통을 위하여 문명의 기기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구식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눈맞춤, 신뢰와 믿음으로 형통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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