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경북 문경 주흘산(主屹山. 1,076m)

날카로운 첫인상의 너 오래된 이야기를 감추었구나
학이 날개펼친 형세 동남면 절벽 위용
여궁폭포 지나면 공민왕 머문 혜국사
첩첩산중 대궐터엔 화전민 삶의 자취
하산길 조곡골 일제강점기 철로 흔적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2-07-2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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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학을 닮은 주흘산

문경 사람들이 '학이 날개를 펼치듯 문경시를 감싸고 있는듯한 형세'라며 입을 모으던 산으로 특히 동남면의 절벽은 위용이 대단하여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 솟아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빗겨 서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산이 바로 주흘산이다.

산행의 시작은 새들도 쉬어간다는 새재로 가는 길과 닿아있다.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상에서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으며 문화와 경제의 뚜렷한 구분과 국방상으로 긴요한 위치이기도 했던 이곳은 임진왜란을 겪고난 후에 주흘관·조곡관·조령관의 3개 관문을 두어 국방의 요새로 삼았다.

이렇듯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중요했던 길이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가 됐다.

# 공민왕의 피란과 보은의 혜국사

봄이면 꽃으로 치장을 하고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에서 우보(牛步)의 낙(樂)을 누릴 수 있으련만 더운 가슴을 식히기 위해서 사뭇 다른 느낌의 더딘 걸음을 걷는다. 오랫동안 가물어서였을까. 계곡을 따라 오르는 동안 경쾌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반갑기만 하다.

   
▲ 주흘산 산행 시작은 문경새재 가는 길과 닿아 있다.

그렇게 800여m를 오르면 시원스레 물줄기가 떨어지는 '여궁폭포'를 만나게 된다. 수량이 늘어서인지 여느 때보다 더 힘찬 기운을 뽐내고 있다.

산길을 조금 더 오르면 혜국사를 만나게 된다. 혜국사는 신라 문성왕때(846년) 보조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당시의 이름은 '법흥사'였다고 한다.

고려말에 홍건적이 두 번의 난을 일으켰는데 두 번째 침입때 개경이 함락을 당하는 국란을 겪게 된다. 당시 공민왕은 난을 피해 남쪽으로 피신하다가 영남으로 가는 길목인 험난한 문경새재를 넘어 법흥사에 잠시 몸을 의탁하며 임시로 대궐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후 개성으로 돌아간 공민왕은 법흥사에 그간의 보답으로 재물을 하사했다. 법흥사는 이러한 재물로 가람을 중수하고 국왕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인 혜국사(惠國寺)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 산중 삶의 근거지가 되었던 대궐터

혜국사에서 10여분 거리의 안적암을 지나면 샘터가 있는 대궐터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엔 고려 태조 왕건이 고사갈이성주(高思葛伊城主) 흥달(興達)의 귀순을 받고 성을 어류(御留)라 하고 보제암(普濟庵)이란 절을 지었다고 '문경현지'와 '증보문헌비고'에 전하고 있으며 고려말 공민왕 때도 행재소(幸在所)인 대궐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 800m 가량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여궁폭포.

근대인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대궐터엔 정감록을 신봉하던 20여가구의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지역이다. 그 자리에 가끔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샘물이 작은 소란을 일으키고 있을뿐 고요함만이 자리하고 있다.

850여m의 높이에 위치한 대궐터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입을 빌려 뜻을 전한다해도 역사의 참모습을 헤아리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 홍건적의 난과 공민왕이 지나간 자리에 화전민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연결고리가 대궐터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첩첩산중 외진 곳 산꼭대기까지 찾아든 그들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 주봉과 영봉을 잇는 매혹적인 능선

대궐터 능선에 서면 문경읍 지곡리로 통하는 전좌문까지 잘 꾸며진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공민왕이 파발의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던 곳으로도 알려져있는 전좌문을 지나면 주봉으로 오르는 길이 곧바로 이어진다.

주봉은 문경읍내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도 조망이 훌륭하다. 덕분에 영봉보다도 낮으면서 주봉으로 불리고 있다 한다. 주봉에 서면 남쪽으로 문경읍과 관봉, 백화산이 보이고 멀리로는 대야산과 둔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북쪽으로 백두대간을 이루는 부봉과 포암산, 대미산 능선이 줄을 잇고 먼 뒤로 소백산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 주흘산 영봉 표지석.

천천히 하늘 위를 걷듯 30여분이 지나자 어느새 영봉이 눈앞에 와있다. 영봉은 주변 조망을 위해 인위적인 간벌을 통해 조망을 확보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지금처럼 나무들이 빼곡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주봉 못지않은 조망이었으리라.

하산길은 곧바로 조곡골로 내려서면 된다. 조곡골로 내려서면 꽃들이 만발한 '꽃밭'과 바위언덕을 가리키는 '서들'이 합쳐져 꽃밭서들로 불리는 조곡골의 돌무더기가 시선을 끈다. 가녀린 돌 하나를 다른 돌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곤 조용히 합장을 하곤 돌아서다 문득 일제강점기에 놓여졌다는 철로의 흔적이 있는 '조곡(鳥谷)골은 조곡(弔哭)골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 하나를 가슴에 품어본다.

   
 
■ 산행지
: 경북 문경 주흘산(主屹山. 1,076m)

■ 산행일시: 2012년 7월 16일(월)

○ 산행 안내

■ 등산로

1관문~여궁폭포~혜국사~안적암~1075봉~정상~2관문계곡~자연석탑~용추폭포~3관문(5시간)

1관문~혜국사~능선~정상~조령2관문~조령1관문(4시간)

■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IC~충주(3번국도)~수안보~이화령터널~문경새재 진입로~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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