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수 / 지역사회부(광주·하남)
최근 광주시의회 A의원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지랄'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지랄'이라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해 말 인기리에 방영된 '뿌리깊은나무'에서 어린 세종의 가치관(?)을 바꾸게 된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떠올랐다. 극중 똘복이가 던진 '임금님? 지랄을 하시라고 해'라는 말, 그리고 어린 세종은 그 말을 듣게 되는 장면이다. 일개 백성, 그것도 어린 꼬맹이로부터 듣도보도 못한 말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세종이었지만 이내 '지랄'이라는 단어를 되뇌게 됐고, 이는 극중 한글창제의 단초가 된다.

기자도 예전부터 후배들이 황당한 말을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질문을 하면 '지랄을 하세요'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하지만 '지랄'이라는 말은 분명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이다. 사전에서도 '마구 어수선하게 떠들거나 함부로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물론 기자가 후배들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던지는 표현이기에 그들도 웃으며 넘기고 있다. 그러나 당시 A의원의 표현은 익살스럽지도 않았고, 세종에게 다가온 문화적 신선한 충격도 아니었다. 그는 '당론이라 함은 공식적으로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말하는 것입니다'라는 주장을 펴며, '공식절차는 아니더라도 지역당협위원장이 지시한 사항도 당론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노 의원이고, 지랄의원이고 간에'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런 표현 한 적이 없고,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에게 어떻게 그런 부적절한 표현을 할 수 있겠느냐"며 항변했지만 A의원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당시 녹취록도 공개할 수 있다.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단어와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방을 폄하하는 내용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당시 A의원이 조금은 격앙돼 있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후반기 의정에서는 보다 성숙되고 순화된 언어 사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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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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