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벤처붐, 거품만은 아니었다

MP3P·싸이월드등 최초기술 잉태

세계시장 진출에 실패 아쉬움 남아
   
▲ 손동원 /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지난 10여년전 '벤처붐'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벤처붐'이라고 말하는 시기는 1999년과 2000년 상반기까지 18개월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인터넷 버블과 닷컴 열풍이 중첩되면서 벤처업계로 엄청난 투자금액이 몰리고 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의 가격이 이상적으로 상승했던 기간이다. 정상적인 기대보다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가 추락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벤처붐'은 거품만을 남겼나? 보통 거품이라는 표현은 실질은 없고 허상만 가득했다는 의미이다. 당시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있었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닷컴 기업들이 우후죽순 탄생했다가 무너지고 한동안 '옥석가리기'가 진행되었던 현실을 돌아보면 거품이라는 견해도 어느 정도 맞는 듯싶다. 그러나 이제서 드러나는 것은 벤처붐 시기에 놀라운 창조적 기술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창조적 기술은 아무 때나 낳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벤처붐 이후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현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최강자이다. 그런데 그 SNS의 최초 기술을 개발한 사업자는 한국의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9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시장에서 성공하다가 2005년 이후 해외진출에서 실패했다.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페이스북'보다 앞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끼지만, 후발주자에게 시장지배력을 내준 아쉬움과 교훈이 남는다.



인터넷 전화서비스에서는 '스카이프(Skype)'라는 기업이 현재 최강자이다. 2003년 8월 룩셈부르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이베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인터넷 전화의 최초 기술도 우리가 챔피언이었다.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서비스를 벤처붐 시절인 2000년 6월에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8개월만에 1천만 가입자를 돌파했는데, 이후 수익성 개발에 실패하여 '야후'에 매각되었다가, 이것이 다시 9천500만 달러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인터넷 전화에서 글로벌 시장 지배자의 위치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우리가 인터넷 전화의 원천기술을 가진 사업자를 보유했었다는 점이 한편 놀랍다.

우리의 최초 기술개발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mp3 플레이어 사업이다. 새한정보시스템이 1998년 '엠피맨'을 공개했고, 한때 미국 시장의 22%를 점령한 바 있는 '레인콤(현재 아이리버)'도 선전했었다. 2005년 이후 아이팟, 아이튠즈 등과 같은 애플의 공략에 의해 경쟁력을 잃고 있지만, 우리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앞서 mp3 플레이어의 종주국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한 자부심이 남는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초의 기술이었지만 동일 산업군의 해외 후발기업에 시장지배권을 넘겨준 원천기술의 실패사례이다. 국내의 초기시장에서는 통했었는데, 세계시장으로 넘어가는 사이의 간격을 넘지 못했다. 그 교훈을 깊이 연구해야겠지만, 일단 벤처붐이란 시기에 이런 기술이 우리 손에서 나왔다는 점부터 재인식해야 하겠다. 현재 우리 벤처업계에서 '세계 최초'라는 말은 더 이상 없다. 그만큼 창의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벤처붐 시절에 여러 개의 세계 최초 원천기술이 나왔던 것을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벤처붐 시절을 냉철히 재인식한다면 세계 최초의 창조적 기술을 낳을 수 있는 기반을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본다.

벤처붐은 분명 거품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벤처붐이 창조를 유인하는 조건을 조성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적절한 탐욕을 유인하는 약간의 빈틈, 코스닥시장의 상승, '묻지마 투자'까지는 아니지만 투자의 집중 등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벤처붐을 돌아보면서, 어느 정도의 거품은 한편에서는 실체가 없는 허상을 낳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창조적 기술을 낳는 양날의 칼임을 다시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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