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국 / 인천공항세관 관세행정관 |
6년 전 인천공항세관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던 중 우연히 그런 모습들을 남쪽하늘에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속의 영상과 오버랩되어 나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다양한 비행기의 모습 - 보기만 해도 장관이었다.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으로 24시간 물밀듯이 들어오는 여객기와 화물기들은 곧 국력의 상징이요 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천임을 상기케 한다.
개항당시(2001년 3월) 연간 118여만t이던 화물 반출입 물량은 작년 250여만t으로, 1천454만여명 수준이던 여행자는 3천500여만명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취항도시수 182개, 취항항공사만 해도 79개사에 이르게 되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라 하겠다. 한편,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해지면서 개방화·세계화 시대에 세관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관은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통관체제구축·FTA활용 극대화를 위한 총력지원체제 운영이라는 핵심가치에 온 역량을 다하여 왔다.
돌이켜 보면 세관의 발전은 국가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상당 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던 통관행정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EDI 전산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전산망 구축은 전 부처에 걸쳐 톱으로 정착되어 롤 모델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미래성장모델이라는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욱 매진할 것이다. 이런 세관의 발전과 더불어 국가경제에 있어서 60년대의 GDP 60달러이던 우리나라가 20-50그룹(2만달러, 5천만명)에 진입하기에 이르렀으니,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비약적인 발전에 대하여 감사를 잊어버릴 때가 많지 않았는지.
지난 달 유럽 몇 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유럽에도 좋은 산들이 있지만, 광교산, 청계산, 북한산 등 도심지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산은 유럽 어느 산보다 넉넉하고 편안한 산임을 실감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파리의 센강과 비교해 보면 수도권에 이렇게 큰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또한 쾌적하고 편리한 전철, 동네 골목까지 다니는 버스는 저렴하면서도 편리성에서는 어느 나라가 따를 수 없는 강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행가이드가 자주 우리더러 도난에 주의하라고 당부를 했는데, 이런 연유에서인지 백들을 앞 가슴쪽으로 한 채 찍은 사진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위스의 융프라우 정상까지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 7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면서 한국어도 포함됐다는 사실과 차장들이 우리 좌석으로 와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며 유창하게 말하는 것을 접하고 조국의 국격을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하였다. 문득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외부에만 방향을 돌리다 보면 정작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잊어버린다. 이번 여행이 세관의 발전·국가의 발전에 재삼 감사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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