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히는 판결에 속 뒤집히는 민심

공지영

발행일 2012-07-27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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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 경제부
꽤나 오랜 시간 대형마트를 규제해 달라는 절박한 외침들이 있었다. 해외처럼 대형마트를 도심 밖에 세워야 한다고 했고 SSM을 허가제로 규제해야 한다고도 소리쳤다. 그 외침이 먼 산의 메아리처럼 여겨지는가 싶더니 참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단체행동에 나서자 정치권과 지자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유통산업발전법'이고,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에 관한 지자체 조례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하나 둘씩 풀리고 있다. 지난달 대형마트가 서울강동구청장과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대형마트 손을 들어준 게 그 신호탄이다. 지난주에는 수원과 인천지법도 두 달 전의 기각 결정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대형마트들은 주말부터 영업을 재개했고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소상공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던 법원이 결정을 번복한 이유가 이상하다. 지난 5월 수원지법은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대형마트가 제기한 영업규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업규제를 풀어주면 상생발전을 위한 공공복리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랬던 법원은 지난 19일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형마트가 다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 달 사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 사이에 상생을 위한 어떠한 공공복리도 증진된 것이 없는데, 법원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결정을 뒤바꾼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물론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는 절차상의 문제들이 존재하고 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형마트와 명확한 기준 없이 대형마트에 힘을 실어주는 법원의 태도는 찌는 더위만큼이나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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