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북 금산 성치산(670.4m)

한적한 고갯마루 걸터앉아 세상사 온갖 시름 내려놓다
비단처럼 수려한산들의 고장 '금산'
곳곳에 그늘 드리워져 시원한 산행
용덕재 출발코스 능선 완만해 수월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2-08-1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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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충북 금산 성치산(670.4m)

■ 산행일시: 2012년 8월 13일(월)

가철 차량들과 맞물려 길에서 보낸 시간이 아까워 월요일 아침에 산행기점으로 삼은 용덕고개로 향하였다. 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길가로 늘어섰던 관광버스의 행렬도 자취를 감추고 간혹 보이는 피서객들의 차량만이 한적한 고갯마루를 지날뿐 비개인 하늘위로 떠가는 구름처럼 한가로운 산길로 접어든다. 한 4년 전쯤엔가 걸었던 길이다. 물론 변한 것도 없고 변할 것도 없는 길이지만 그때 보지 못했던 노란 원추리꽃이 하늘을 향해 꽃잎을 벌리며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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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꽃잎이 파아란 하늘과 묘한 대조를 보이는 가운데 어느새 발걸음은 묘지앞을 지나면서 명덕봉을 바라보고 섰다. 하늘금이 아름답게 이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한여름의 산길에서 이미 젖어버린 모자를 벗어 놓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한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며 하늘의 푸르름을 즐겨본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들이 어우러진 고장이라서 금산이라 불린다더니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오기된 이정표

솔향기 가득한 길이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적당히 젖어 있는 등산로를 걷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행복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름 한낮의 더위가 가득한 햇살을 가려줄 그늘이 있고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곳이라면 더할나위 없기에 부지런히 걷는다. 그러다가 가끔씩 드러나는 바윗길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늘을 벗어나야 할 때면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국도를 타고 용덕고개로 향하면서 지나쳐온 국토대장정 순례길을 걷던 젊은 친구들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산속엔 한여름이어도 지열이나 복사열이 없기에 그늘만 드리워도 비교적 시원한 편이니 상대적으로 행복한 것일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했던가. 지금의 위치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을 즐기지 않으면 끝없이 고통스럽기에 불평 없이 숲길을 걷는다.

용덕고개를 벗어난지 1시간 여 만에 발견한 이정표상엔 고갯마루까지 8㎞로 되어 있다. 등산로에서 또는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안내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더운 여름날 놀며쉬며 1시간을 걸었는데 벌써 이만큼 와있다고 위안을 삼으라는건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성치봉 정상은 엄밀히 구분짓자면 전북 진안쪽으로 넘어가 있다.
 
그래서인지 금산군에서 세운 이정표엔 성치산은 없다. 그저 성치산 성봉으로의 이정표만 있는 것이다. 그로인해 지리에 익숙지 않은 등산객들은 성치산을 왔으나 정상을 불과 몇 미터 옆에 두고 스쳐가기 일쑤다. 조그만한 땅뙈기마저도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해서 살아야 직성이 풀리나보다. 하긴 전국적으로 길에 대한 열풍이 불때 지자체간의 경계점으로 안내판 하나 세우는데도 부처간, 지역간 협의가 가장 힘들다고 하니 오죽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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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밝은 산악대장을 앞세운 산악회만이 다녀가는 성치산 정상을 다녀오고 나서 성봉으로 향하다 보니 고무골 위로 멀리 마이산이 보이고 그 뒤로 금산의 진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진악산이 가시거리에 있다. 대단한 조망이 아닐 수 없다.

■한여름의 더위 잡는 십이폭포

정상석도 표지석도 없는 성치산 정상엔 헬기장만 있기에 서둘러 그늘을 찾아 내려온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찾는데 나뭇가지 하나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은 어느 등산객의 작품인지 짓궂은 장난으로 요상한 모양의 조각을 해 놓았다. 미친사람처럼 혼자 웃다가 차라리 물가에서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서둘러 바위구간을 따라 성봉으로 향한다. 비교적 조망할 만한 전망터가 많은 탓에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댈 수 있는 구간으로 구석리부터 능선까지 이어진 고무골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성봉(648m)은 구석리에서 출발하여 무자치골을 따라 원점회귀 산행을 하러온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성치산 정상에 비하면 정상석다운 표석이 서 있고 금산군에서 세운 이정표는 여전히 잘못된 거리를 적시해 놓고 있다. 필자가 어림짐작으로 따져봐도 7㎞ 남짓의 거리인데 13㎞로 적어 놓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한 이정표인 셈이다. 등산객들이 쏟아지듯 내려가는 무자치골을 옆에 두고 신동봉 방향으로 행하는데 간벌을 해 놓은 탓에 그늘이 없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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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능선길을 따르다 무명봉을 지나 능선 삼거리에서 좌측의 무자치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부질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계곡길을 따랐더라면 하는 후회를 안고 십이폭포로 내려서니 피서객들과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그래도 좋은 계곡길을 따라 구석리로 향하는 마음엔 벌써 더위가 사라졌다. 숲길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성치산 무자치골에 십이폭포의 물소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산행 안내

■ 등산로

용덕고개(광대정) ~ 성치산 정상 ~ 성봉 ~ 무자치골 ~ 십이폭포 ~ 모치마을 (5시간)

용덕고개 ~ 성치산 ~ 성봉 ~ 신동봉 ~ 무자치골 ~ 십이폭포 ~ 모치마을 (5시간30분)

모치마을 ~ 십이폭포 ~ 신동봉 ~ 성봉 ~ 무자치계곡 ~ 십이폭포 (3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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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금산IC~창평교차로~황풍교~구석리(약2시간30분)

■산행 Tip

여름철 산행지로 제격인 산으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등산로가 대부분이기에 한 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으며 용덕재에서 출발할 경우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기에 그다지 힘들지 않으나 무자치골에서 성봉으로 오를 경우 긴 오르막이 이어지며 신동봉으로 오른 뒤 성봉으로 향하여도 별반 다르지 않으므로 다소 노약자에겐 힘든 길이 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중고생의 학생 정도라면 용덕재에서 출발하여도 문제될 만한 구간은 없으나 성봉에서 무자치골로 내려서는 구간에선 주의를 주도록 한다. 이정표상으론 19.5㎞로 되어 있으나 실제론 11㎞ 남짓의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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