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올림픽 감독을 통해 본 새로운 리더십

솔선수범·격려로 선수 촉발시키는 능력

100여일후 탄생할 새 대통령에게도 기대
   
▲ 이원희 /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가하면서 외국 출장 기간에 올림픽을 보았다. 인도의 시인인 타고르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소개했던 한국이 역동성을 바탕으로 포효하며 웅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개발도상국에서 보았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체육에서도 개발도상국 형을 벗어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유망 메달 종목이던 태권도, 유도의 격투기 종목에서 수영, 펜싱, 체조 등 선진국 형으로 전환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우리 시대의 영웅이 탄생되고 있었다. 사실 메달과 관계없이 몇 초간, 몇 분간의 연출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 개인 개인의 이야기는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감독의 모습도 기억을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선수의 기량을 읽어 내고 발굴하는 것은 감독이다. 개인의 능력을 조직의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조직 관리는 감독의 역량과 감각에 의존한다. 선수층의 나이를 고려하려 한 세대 교체, 경기의 흐름을 읽어 내고 적시에 단행해야 하는 선수 교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는 기술 교체의 과정이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올림픽 감독은 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러한 변화가 게임에 녹아들도록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는 것이다.

일본의 전국시대 영웅을 다룬 대망(大望)의 책에서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3가지의 리더십 유형이 제시되어 있다. 오다 노부가나와 같이 울지 않는 새는 필요없으니 죽여 버리는 리더가 있다(그 새의 노래는 영원히 듣지 못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이 때리거나 달래서라도 억지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리더가 있다(노래가 아니라 비명일 것이다). 도쿠가와 히데요시와 같이 노래를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리더가 있다(서로가 피곤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감독의 역할과 관련하여 먼저 노래를 부르는 리더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서로가 즐거울 수 있는 리더다. 특히 선수 출신 감독을 보면서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을 발견했다.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란 조직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그러한 비전이 새로운 현실이 되도록 적절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리더십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지속적 학습을 지원한다.

변혁적 리더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하고 현상에 대한 각성을 확고하게 표명하여 부하들에게 자긍심과 신념을 심어주는 카리스마적 리더십도 공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한 역할을 보면 뒤에 서서 윽박지르고 강압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고 격려하고 자극적 요소를 발굴하여 선수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특히 선배 선수가 감독을 하는 경우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이 더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병역 문제로 힘들어 하던 박주영 선수를 끝까지 지켜내고 결국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리더 모형을 제시한다.



이제 12월 19일의 대선까지 100여일을 남겨놓고 있다. 곧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정해지고 본격적인 대선 경주가 시작될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보다는 흠집내기 식 전략과 전술이 지배될 것이 우려된다. 국민소득 3만달러로 진입하는 전환기에서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보여준 변혁적 리더십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많이 알기보다는 많이 듣는 지도자, 권력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조정력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지도자, 그리면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식민지 체제에서 신음하고 있는 조선을 보면서 매우 낙관적인 예언을 하여 주었다.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마음엔 두려움이 없고/---/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그러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오는 것 같다. 그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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