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경제민주화법 핵심, 순환출자 금지·해소 방안

공청회 열어 각계 의견 수렴 바람직

정교한 분석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 윤대희 / 가천대 석좌교수
정치권에서 제기한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각에 차이는 있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경제민주화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과거 야당이 재벌개혁을 선제적으로 제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당도 적극적이다. 재벌총수의 사면금지(경제민주화 1호), 일감몰아주기금지(2호), 순환출자금지 및 가공의결권 제한(3호)법안 등을 이미 발의한데 이어 최근에 논의되는 4호 법안은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를 담고 있다. 이에 맞서 통합민주당도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는 신규순환출자금지와 함께 기존 순환출자의 3년안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제민주화법' 중 재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순환출자금지이다. 경영권 방어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재벌 총수 입장에서는 그룹 전체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과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환출자란 한 기업의 출자구조가 'A→B→C→A' 방식으로 되어 있는 지배구조를 말한다. 즉 A계열사가 B 계열사에 출자하고, B계열사는 C계열사에, C계열사가 다시 A계열사에 출자하는 식이다. 작은 지분을 가진 총수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고리가 이 같은 순환출자이다. 가공자본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권만 강화시켜주는 장치라는 것이 순환출자 금지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기본 논리이다. 현재 국내 재벌 총수는 1% 남짓한 지분만으로 사실상 100%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지배주주(총수) 이익에 따른 의사결정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상호출자 금지를 피해가는 수단으로 순환출자가 악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순환출자금지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재계나 학계 입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순환출자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강제 해소토록 하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얼마든지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데 굳이 새롭게 순환출자금지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새로운 사업 진출을 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순환출자가 재벌 총수의 사익을 확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기업의 신규 사업투자,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비용을 오히려 신규 투자로 유인한다면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렇듯 경제민주화라는 대의명분아래 논의되고 있는 대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순환출자에 대한 시각은 큰 차이가 있다. 순환출자만이 아니라 출자총액제도 부활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하나하나에도 큰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 모든 정부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대하여 출자총액제도, 상호출자 금지 등 대기업에 대한 감시나 규제가 계속 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순환출자규제 강화 논의가 있었으나 H그룹의 신규 사업투자에 장애가 되는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제도개혁은 매우 정교한 분석아래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씨암탉이 사고 치며 앞마당을 휘젓고 다닌다고 묶어 키울 수 없다. 울타리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알을 잘 낳도록 해줘야 하듯이, 이제 우리는 경제민주화도 이루면서 대기업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국회 입법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론화 될 것이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관계 전문가,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가동되는 '여·야·정 협의회'도 개최되어야 함은 물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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