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희망이 있다]다문화가정 정착·자립 터전

낯선 땅 인천에서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이젠 나도 한국인 입니다
북한이탈주민 2천명·결혼이민자 1만2천명 거주
8천명의 자녀 보육·교육 사회 관심사로 떠올라

임승재·김성호·정운 기자

발행일 2012-09-0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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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에 살고 있는 유지현(42·여)씨는 탈북 여성이다. 중국을 거쳐 2007년 한국으로 와 인천에 터를 잡았다. 지금은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17개월 된 아이의 엄마인 '대한민국 아줌마'다. 유씨는 '생활공감 주부 모니터단'에서 활동중이다. 전국의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들이 모인 단체다. 말 그대로 일상 생활에서 겪는 불편과 고충을 함께 고민하고,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을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는 활동을 한다.

유씨는 이 단체의 유일한 북한이탈주민(새터민) 대표 주부다. 지난 4월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는 각 시·도를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했다. 유씨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바로 '새터민 상담사' 육성이다. 낯선 환경에 맞닥뜨린 새터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것은 결국 새터민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참이었다.

또 새터민 가정은 대부분 형편이 빠듯해 '직장 다니랴', '아이 키우랴'하다 보면 시간을 내 센터를 방문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유씨는 "중국 공안을 피해 온갖 고생을 하면서 어렵게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어서 외부 접촉을 많이 꺼릴 수밖에 없다"며 "새터민 상담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아이 엄마들과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북(北)에서 이사온 우리 동네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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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정착하는 새터민들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가 집계한 8월 현재 새터민은 1천965명(남 559명, 여 1천406명)이다. ┃표1 참조

남동구가 1천39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평구(201명)·계양구(134명)·연수구(122명) 등의 순이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터민은 이제 인천의 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유씨는 중국을 거쳐 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남한 땅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인천이었다. 그는 "너무 좋고 감격스러워 당시 인천항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유씨에게 인천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웃들과 어울려 살다보니 정(情)이 많이 붙었다고 한다. 요즘 유씨는 다문화 가정인 이웃집 언니의 12살 된 아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이 언니도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얼마 전 한국으로 온 새터민이라고 한다. "남북이 휴전선으로 갈라졌을 뿐이에요. 새터민을 그저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이사 온 동네 이웃 주민으로 봐 주셨으면 해요."

# '다문화'는 인천의 새 키워드

인천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저마다 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으로 온 이자휘(20)양은 엄마가 중국 사람인 다문화 가정 아이다. 이양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말이 서툴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빠와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양의 꿈은 미술가다.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고 익히는데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양은 "아빠와 진로 문제로 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해해 주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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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를 꿈꾸는 김향옥(20)양, 미용학원을 다니며 기술을 익히는 이장융(17)군, 광고디자이너를 준비하는 김두학(17)군 등 인천은 물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의 인재들이다.

인천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인천의 결혼 이민자는 1만2천583명(인구대비 0.5%)이다. 중국 4천822명, 조선족 3천530명, 베트남 1천732명, 필리핀 548명, 일본 443명, 태국 208명, 몽골 201명, 캄보디아 126명, 대만 85명, 러시아 80명, 기타 814명 등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인천에 터를 잡고 있는 것이다. ┃표2 참조

다문화 가정 자녀도 8천868명이나 된다. 특히 만 6세 이하(5천109명, 57.6%)와 만 7~12세(2천405명, 27.1%) 어린이가 전체의 84.7%를 차지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보육과 교육이 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문화 다양성은 인천의 미래 원동력

인천 송도국제도시 채드윅국제학교 내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이 학교 외국인 교사와 학생들은 '한국문화 배우기'에 한창이다.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다국적 학생들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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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감싸안으려는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문화 강의는 브라질 국적의 솔로몬 디아스(Soleiman Dias) 입학처장이 맡고 있다. 그는 학교가 정식 개교하기 전 한국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문화는 비교대상이 아니다"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천은 전 세계의 문물이 드나들던 근대 개항의 역사를 지닌 도시다. 이제 인천은 공항과 항만, 그리고 경제자유구역을 발판삼아 동북아의 허브이자 국제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민족·다문화시대를 맞아 '문화 다양성'과 '공동체 문화'를 인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하대 다문화및사회통합연구센터 정영태 센터장은 "인천에서 교육을 받거나, 노동을 하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이 당연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단순히 정착을 돕기위해 한국어 교육을 하는 수준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인재들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했다. 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분명 지역뿐 아니라 국가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인지하고 다문화사회라는 현 상황을 하나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승재·김성호·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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