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규제' 놓고 대기업-중소상인 극명한 입장차

대형마트 유리해도 골목상권 불리해도 "우리는 양보 못해"
의무휴업 조례안 법적효력 잃자 전통시장 매출 '1보 전진 2보 후퇴'
지자체 조례 보완 개정 움직임 "고객이 선택할 문제" 상생 손놓아
소비형태 다변화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2-09-04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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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무가 전국적으로 처음 시행된 4월 22일 오후 휴무인지 모르고 홈플러스 동수원점을 찾은 한 고객이 문닫힌 매장안을 살펴보고 있다.

# 대형마트 의무휴업 쟁점은 무엇인가

지난 2월 전주시의회가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첫발을 뗐다. 의회는 대규모점포 등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은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을 의무 휴일로 지정하는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전주시의회의 파격행보는 곧바로 서울, 부산 등 전국 지자체로 퍼져나갔고, 경기지역에서도 수원, 성남, 부천 등 24개 지자체가 동참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유통상생발전법 개정안(이하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같은 달 22일부터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일요일 휴무가 시작됐다.

개정안 시행과 동시에 대형마트는 즉각 반기를 들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헌법재판소에 상위법인 유통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자체 조례안이 발효된 지역의 대형마트들은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지자체와 대형마트간 1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1차전은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대형마트가 서울 강동·송파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형마트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들이 영업규제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이며 사실상 전국 대형마트들의 휴일영업 제한은 사라지며 대형마트가 판정승을 거뒀다.

   
▲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발효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유통산업의 갈등과 혼란만 부채질했다는 지적속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사실상 사라졌다. 8월 19일 수원시내 한 대형마트가 휴일 영업재개를 알리는 안내문.

#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안, 무엇이 문제인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대형마트가 승소한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자치단체장의 재량권한을 박탈했다는 점이다. 유통법은 '시장·군수·구청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점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과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지자체 조례의 상위법인 유통법에서 자치단체장이 의무휴무일 명령에 재량권을 갖도록 돼 있는데, 조례에서 의무휴업일을 법으로 규정해 버려 자치단체장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명백한 상위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애당초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 때 정부에서 만든 표준안 등을 요구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결국 조례가 먼저 시행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국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 측도 "처음부터 지식경제부 차원에서 표준조례안을 제시했으면 이런 혼선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경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둘째, 관할 지자체가 대형마트 등의 영업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내용을 사전에 통지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조례안 개정시 해당 대형마트에 사전처분과 통지를 해야 하고, 의견제출기간도 10일 이상 부여하도록 돼 있지만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영업규제 조례안을 서둘러 제정하면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사전통지를 하지 못했었다.

패소 이유를 확인한 지자체들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남원시의 경우 의무휴업일을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 범위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시장이 정하도록 조례를 재개정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조례로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등을 묶어버리면 이렇게 변경사항이 있을 때마다 행정상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시장이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 대형마트 영업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도내 대형마트들이 속속 영업재개를 강행하는 등 영업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영업 규제가 사라진 7월 22일(넷째주 일요일) 오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들. /경인일보 DB

# 대형마트 규제로 전통시장 이득봤나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 6월 1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국 전통시장과 중소 소매업체의 매출액과 고객수를 조사한 결과, 의무휴업일이 아닌 6월 3일보다 매출액은 11.7%, 고객수는 1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휴업일이던 7월 8일 매출액과 고객수 역시 7월 1일 대비 각각 10%, 8.4% 늘었다. 특히 야채·청과물, 정육점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가게의 매출이 급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조례를 개정한 139개 지자체 중 128개 지역에서 대형마트들이 일요일 영업을 재개한 지난 8월 12일의 상황은 반전됐다. 7월 22일 의무휴업일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평균 14.9%가 감소했고 고객수도 15%나 줄었다.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짧은 기간이지만 분명히 전통시장과 중소소매업체 활성화에 효과를 나타냈지만 대형마트 영업재개가 속출해 소비자 혼란 등이 야기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 대형마트 VS 골목상권, 상생은

아직까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중소소매업체 간의 입장차는 극명하다. 대형마트는 영업규제 조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업규제로 인해 소비자 피해는 물론, 관련 중소생산업체, 농·어민 등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이 겪는 피해와 마트내 임대상인을 비롯한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례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대형마트 영업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도내 대형마트들이 속속 영업재개를 강행하는 등 영업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영업 규제가 사라진 7월 22일(넷째주 일요일) 오전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들. /경인일보 DB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고상범 과장은 "행정법원에서 철저하게 행정상 문제만 지적한 것은 정당성의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이라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며 "일단은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시장과의 상생방안에 대해서도 "유통시장에서 고객이 한정돼 있는데 고객을 뺏길 순 없지 않느냐"며 "어디로 가느냐는 고객이 선택할 문제이지, 이에 대한 특별한 상생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반대로, 전통시장과 중소소매업체들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바라고 있다. 아예 매주 4일을 휴업하게 하고 지역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을 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전체 판매액의 51% 이상이 농산물일 경우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예외사항에 대해서도 엄격한 조건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강원도에서는 직전연도 농산물 매출이 51% 이상이었다는 국세청 자료를 제출해야만 이를 인정해 주는 등의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 영업 규제 관련 표준조례안'을 만들었다.

전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이훈 팀장은 "법으로라도 규제를 해 고객들이 어쩔 수 없이 나들가게나 전통시장에 와 보니 생각보다 서비스도 좋고 가격도 괜찮다는 고객들의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대형마트의 매출을 뺏자는 게 아니라 그저 소비자들의 소비형태를 다변화해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지영기자

■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의 2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 시장은 「유통산업발전법」제12조의2에 따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대규모점포 중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과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다음 각 호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휴업을 명하여야 한다.

1. 영업시간 제한은 「유통산업발전법」제12조의2 제1항 제 1호 및 제2항에 따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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