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독서율 최하위의 한국인

세계의 시민들, 4대 성인 가르침 배우려 노력

유네스코가 인정한 다산, 한국에선 무심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 미래는 있는가
   
▲ 박석무 / 다산연구소 이사장, 단국대 석좌교수
인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자나 사상가를 성인(聖人)이라고 호칭한다. 일반적으로 오늘의 세계에서는 4대 성인으로 석가·공자·예수·마호메트를 거론한다. 공자를 제외한 세분들은 성인이자 신처럼 받드는 종교의 창시자가 되어 수많은 교도들이 그분들의 정신과 사상을 받들고, 그분들이 행한 행실을 본받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공자는 종교의 창시자가 아니라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의 창시자가 되어 인류를 교육하는 교육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다. 보통의 인간들은 그런 4대 성인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성서(聖書)나 성경(聖經)을 필독서로 여기면서 그분들을 본받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책을 고르자면 첫째 예수의 말씀인 '성서'요, 둘째가 공자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논어'며, 그 뒤를 이어 석가의 경(經)인 '불경(佛經)'이요, 마호메트의 '코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성서나 성경을 읽지 않으면 인간이 인간의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대로 읽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통계를 보면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한국인들의 독서율이 가장 낮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다. 영국 사람으로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자기 나라의 최고 문학가의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 문화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니, 5대 비극이니 하는 그런 책은 문자를 아는 영국인들은 대부분 읽었음에 분명하다. 그래서 영국인은 자신들이 300년이 넘도록 식민지로 여겼던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를 두고, 인도를 버렸으면 버렸지 셰익스피어는 버릴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폐에는 우리 국민들의 멘토 격인 네 분의 인물 초상화가 실려 있다. 일천원 권에는 퇴계 이황, 오천원 권에는 율곡 이이, 일만원 권에는 세종대왕, 오만원 권에는 사임당 신씨의 초상화가 인화되어 있건만, 우리 국민들이 과연 이 네 분에 관한 책이나 그분들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었겠는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준 율곡 이이의 글이 있다. "성현들이 마음을 기울인 자취와 착함과 악함의 본받아야 할 일, 경계해야 할 일이 모두 책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聖賢用心之迹 及善惡之可效可戒者 皆在於書故也·격몽요결)"라고 말하여 선악을 구별하고 본받거나 경계해야 일이 무엇인가를 책에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책을 읽지 않고서 옛날의 일이나 옛사람들이 살아갔던 자취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옛날의 일이나 옛사람의 자취를 모르고 어떻게 오늘을 알며, 오늘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미래를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금년 2012년은 다산 정약용의 탄신 250주년이다. 탄생 300주년인 루소, 150주년인 드뷔시, 서거 50주년인 헤세와 함께 유네스코는 그들의 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라 하여 다산을 포함한 4명을 기념인물로 선정하였다. 그렇다면 다산은 유네스코가 기념해 주는 2관왕이 되었다. 오래전에 정약용이 설계하여 축조한 수원의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자신은 기념인물로, 화성은 기념할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2관왕이 아닌가. 올림픽 금메달에 환호하는 우리 국민들, 1관왕에도 극찬을 보내는데 유네스코의 2관왕인 다산에게는 환호성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세계에서는 위대한 인물로 인정하여 추앙해 주는데 제 나라 국민은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독서율이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500권이 넘는 그분의 책, 이제는 많이 번역도 되었는데, 읽어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책을 읽지 않는 국민,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세계적인 인물의 2관왕, 다산의 책이라도 읽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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