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

우린 일본을 얼마나 아는가 남다른 경쟁의식 큰 특징

국가는 개인주의적이지만 일본인은 배려심 깊고 친절

과거사 청산하지 못하고 이어가는 것 아쉬워
   
▲ 이화형 /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얼마 전 오사카에 잠깐 다녀왔다. 오사카대학에 가서 조선어문학과 교수들을 만나고 한국문화원에 들렀다가 한류 붐을 타고 새롭게 관광지가 되었다는 한인타운에도 갔었다. 더운 여름날 일본인들의 친절한 환대는 매우 고마웠다. 오며가며 택시도 타고 버스나 전철도 탔다. 지하철에서는 남에게 방해가 될까봐 서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휴대전화는 아예 터지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나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전철에 빈 좌석이 드문드문 있는데도 사람들이 앉지 않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의아해서 지인에게 물었더니 일본 사람들은 서로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해서 6인용 좌석이지만 대개는 5명이 앉는다는 것이었다. 친구 사이에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고 늦은 시간에는 전화도 조심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하는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은 좀 낯선 것이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흐름이나 민족적 특성 등에서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 남다른 경쟁의식 또한 그 특성 중의 하나로 본다. 더구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경쟁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듯도 하다. 얼마 전 올림픽 한일축구경기도 양국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이번 여름동안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어느 때보다도 한일관계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는 가까운 나라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을 알고 동시에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의 역사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한국전쟁 이후로 줄곧 양국의 국교가 단절되어 있다가 1965년 6월 한일협정이 맺어지면서 양국의 국교가 회복되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서 야기되는 문제들도 많이 있지만 쉽게 흥분했다 잊어버리는 우리의 감정적 대응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류 열풍을 비롯해서 민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두 나라가 가까워질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 일본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국중심적인 반면 일본인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외국인에게도 참 친절하다. 이번 여행에서도 목적지를 안내해주기 위해 애를 쓰던 평범한 행인들의 따뜻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 일본어, 중국어, 몽골어 등 7개 국어를 두루 구사하여 외교 일선에서 크게 활약했던 신숙주는 일본에 다녀온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한일외교를 위해 '해동제국기'를 저술했다. 신숙주는 서문에서 우리와 풍속이 다른 외국과 원만한 수교를 위해선 반드시 상대국의 실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들의 습성은 강하고 사나워 칼쓰기와 배타기에 익숙하다. 무마를 잘 해주면 예로써 사신을 보내고 무마를 잘 못하면 곧 노략질을 자행하곤 하였다"라고 했다.

사실 섬나라 일본은 매우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이(武威), 즉 무력과시를 앞세우는 일본인들의 의식세계는 쇼부(勝負), 승부가 제일의 가치다. 그 세계에서 지는 것(負)은 죽음과 같은 것이다. 일본이 한국지배의 불법성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경제대국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도 무사들의 무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는 일본의 전통연예와 달리 정서적 욕구에 대한 갈증을 달래주기 때문일 것이다.

유사 이래 우리는 일본 땅을 넘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은 국력이 강해지면 우리 땅에 욕심을 냈다. 독도를 놓고 일본과 신경전을 벌이는 통에 모두가 시달리고 있다. 독일은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한데 비해, 일본은 과거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현실을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쉽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에 있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처럼 우리는 잊을 수 없을지언정 용서할 준비는 되어있다. 가까운 나라들이 미래의 발전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선조보다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아야 한다. 한층 복잡해진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 가까운 이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길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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