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건강보험 두 살림 접어야

실질임금 상승 제자리인데 건보료 부담 늘어

적자 구조 메우려 직장가입자들만 희생

직장·지역건보 분리 '투 트랙' 운영해야
   
▲ 이한구 / 수원대교수·객원논설위원
직장인들의 국민건강 보험료 부담이 또다시 늘어난다. 지난달 말 정부는 임금 외에 사업이나 이자, 배당, 연금 등으로 인한 종합소득이 7천200만원이 넘는 직장가입자 3만4천여명에게 상당액의 건보료를 추가 징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원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보재정 적자에 있다. 근래 들어 해마다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결과 누적적자액이 무려 1조3천여억원에 이른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누적적자액 규모가 2013년 1조5천억원, 2014년 3조1천억원, 2015년 4조7천억원 등으로 추정한 바 있다. 병원 문턱이 낮아진데다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결정적이다.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및 리베이트관행이 여전한 것은 또 다른 이유이다.

임금근로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장기간의 내수부진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은 답보상태인 반면에 건보료 부담액은 갈수록 늘기만 했으니 말이다. 이번에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샐러리맨들은 부아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근검절약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이자 혹은 임대수입 등 가외소득을 올린 것을 정부가 마치 범죄행위나 한 것처럼 치부하는 인상이니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직장가입자들이 전체 건보료 수입의 80%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총가입자 중 지역가입자수가 30%를 상회함에도 20%밖에 부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 비중이 무려 56%에 달하는 탓이다. 그중에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소유한 얌체 부자들도 수두룩하다.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쥐꼬리 근로소득에까지 어김없이 건보료를 징수하면서 4천만원 미만의 금융소득에는 예외를 두는데 대해서도 유감이다.

의료급여 보장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인당 건강보험료는 무려 53%나 올랐음에도 보장성은 60%로 답보상태인 것이다. 어쩌다 한번 병원 신세라도 질 양이면 온통 비급여 투성이여서 민간 보험회사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전철을 답습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은 지난달 9일 직장·지역 가입자를 불문하고 실현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골자는 직장가입자의 부담을 현재 수준보다 13%정도 늘리는 대신 지역가입자 부담은 절반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개편안에 논란의 소지가 있어 다소간의 손질은 불가피하나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건보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이 확고해 유리지갑들의 건보재정 기여율은 현재의 80% 수준보다 더욱 높아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아무리 국민 개(皆)보험제라 해도 보험은 수익자부담이 원칙이어서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득이 높을수록 국민건강 보험료 혜택이 줄어든다는 지난 4월 보건복지부의 분석 내용이 상징적이다. '봉' 신세인 직장가입자들은 소태 씹는 심정일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 화근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직장과 지역건보를 무리하게 통합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산이 변하도록 정부는 모순 제거는커녕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할 의료취약계층 보호비용을 봉급쟁이들에 억지로 떠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젊을 때 조금 더 부담하다가 은퇴한 후에 혜택을 누리게 해준다는 정부의 설득명분에 수긍할 직장가입자들이 얼마나 될까. 국민연금처럼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터이니 말이다. 또한 무리할 정도의 건보료 징수에 지역가입자들의 혈압도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연간 6만 건에 이르는 보험민원 발생이 시사하는 바 크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 강요는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국민의료보험체계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조조정 무풍지대인 건보공단의 방만경영도 목불인견이다. 더 이상의 낭패가 없도록 직장과 지역 분리를 통한 투 트랙의 건보 운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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