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김치는 내 운명'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김순자 (주)한성식품 대표이사

흔하다고 홀대하는 김치, 결코 쉬운 음식 아니다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2-09-1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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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김순자 (주)한성식품 대표이사는 올해 김치테마파크의 문을 열었고, 백화점에서 직접 김치 강의를 하고, 명인에 이어 '명장'의 자리에 오르는 등 유난히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에서는 폭염과 태풍으로 김장철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가장 큰 해외 시장인 일본에서는 외교문제로 진행중이던 프로모션이 취소되고 있다. 힘든 상황이지만 지난주 한성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김치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시름을 잊는 듯했다.

김치에 관심 갖게된 때는 / 어떤 김치를 만들고 있나
어릴적 허약했던 몸 김치 먹고 낫기 시작
그때부터 내겐 사람 살리는 생명의 음식
많이 먹어도 몸에 무리가지 않도록 담가
안짜고 마지막 한 점까지 아삭한 맛 내야

김 대표보다 먼저 취재진을 맞이한 것은 정갈하게 담긴 한성식품의 특허김치였다. 김치를 먹어야 살 수 있는 특이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김 대표는 많이 먹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짜지 않고 마지막 한 점까지 아삭한 맛이 유지되는 김치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역말이김치는 김치를 먹을 수 없는 임산부를 위해 고춧가루를 빼고 미역을 넣어 만들었고, 깻잎양배추말이김치는 위에 좋은 양배추를 이용해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김 대표는 "어릴 적 워낙 몸이 안좋았는데, 김치를 먹고나서 낫기 시작했다"며 "그때부터 김치는 나에게 사람 살리는 음식이고 생명의 음식이었다"며 평생을 이어온 김치와의 인연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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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살배기 꼬마시절부터 김 대표는 김치에 관심이 많았다. 먹을 수 있는게 밥과 김치, 물밖에 없던 시절이라 김치가 맛이 없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엄마와 할머니에게 시어머니 노릇을 했다. "김장철은 나에게 축제기간이었다"는 김 대표는 "새벽에 일어나 배추절이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배추는 왜 절이느냐, 고춧가루를 덜 넣으라며 주문을 하고 김치를 같이 담그겠다고 성가시게도 했다"며 "맛있는 김치 담그는 법을 어릴 적부터 배우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말했다.

어머니께 매일 '더 맛있는' 김치를 요구하자 어머니는 김치 잘한다는 집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기도 하셨단다. 이런 성장과정을 거쳐 김치맛보는데 일가견이 생긴 김 대표는 "제품을 시식하다보면 숙성도 등 여러가지 조건이 딱 맞아떨어져 가장 맛있을 때가 있는데 그런 김치를 먹게 될 때 가장 행복하다"며 "나니까 이런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김치사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는데…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사업 17년째 큰 어려움 느껴 공부에 매진
중국 물량공세 맞서 국가가 직접 나서야
日 천왕·영국여왕에 김치맛 보이고 싶어
김치국제전문대학원 세워 세계화 힘쓸터

워낙 어렸을 때부터 김치만 먹고 산 김 대표는 한 번도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 없이 당연한 일인듯 32살에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번창했고 소비자들은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맛있는 김치"로 한성식품 김치를 기억했다. 그러나 사업을 이끈 지 17년쯤 지난 어느날, 별안간 어깨가 무거워지더니 김치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단다.

김 대표는 "내 분신으로 알고 살았던 김치가 갑자기 어려워져 공부를 시작했는데, 더 어려워지더라"며 "김치는 흔하지만 쉬운 음식은 아니다"며 김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염려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는 비싸도 사먹는데 김치는 비싸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있는거라고 여겨 홀대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고급식당일수록 싸구려 김치를 제공하는 세태도 꼬집었다. "메인요리에 집중하는 고급식당일수록 김치는 싼걸 쓰고 버린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 김치가 좋은 건 알지만 소중히 여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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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김 대표는 중국의 무지막지한 물량공세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중국은 도의와 상식 없는 막무가내식 물량공세를 앞세워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저렴한 위생시스템으로 한국 김치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우리가 세계시장을 확장하면 중국이 자꾸 따라붙어 이대로라면 10~20년 후면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며 우리 스스로 내나라 김치를 귀하게 여기고 국가가 나서서 우리 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직접 담근 김치를 맛보이고 싶은 사람이 2명있다. 일본 천왕과 영국여왕이다. 그는 "일본 천왕은 우리나라를 식민지 삼았었다고 무시하는 일본인들을 대표해 천왕에게 우리의 매콤한 맛을 보여줘 정신을 차려주고 싶어서", 그리고 영국여왕은 "이렇게 세계적인 여성이 우리 김치를 먹었다는 게 알려지면 더 빨리 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세계 어디서나 우리 김치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라는 김 대표는 앞으로 '김치국제전문대학원'을 세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외국 유명 조리사들이 한국으로 김치를 배우러 오도록 하겠다"며 "러시아, 두바이, 이란 등 신시장을 겨냥한 김치개발에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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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자 김치명인은

특허받은 다수 김치 20개국에 수출
숙련기술 인정받은 '대한민국 명장'

(주)한성식품 대표이사이며 (사)세계김치협회 회장이다. 1986년 종업원 1명을 두고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한 한성식품을 종업원 300명에 매출액 5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미니롤보쌈김치, 100년김치, 미역김치, 황제김치 등 다수의 특허김치를 개발했으며 20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2007년 5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전통명인 29호(김치명인 1호)로 지정됐고, 지난달에는 산업현장에서 15년이상 종사한 대한민국 최고의 숙련기술인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대담=심영미 문화체육부 부국장
사진=김종택 차장
정리=민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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