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복과 떠나는 즐거운 산행]충북 영동 마니산(640m)

단출한 발길 화려한 눈길 '느림보 동행'
어류산·시루봉 등에 둘러싸여… 찾는이 적어 등산로 마저 희미
몇발자국만 걸어도 탁트인 멋진 조망에 쉬다 걷다 반복하게돼

송수복 기자

발행일 2012-10-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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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지 : 충북 영동 마니산(640m)

■ 산행일시 : 2012년 9월 23일 (일)

# 암벽이 병풍을 두른듯 위용을 자랑하는 마니산

금강(錦江)을 바라보고 선 마니산은 찾는 이가 지극히 적은 까닭에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어류산, 시루봉, 봉화산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암벽이 천연요새 역할을 하고 있는 까닭에 삼국시대에 동쪽으로 100여m, 남쪽으로 약 1㎞에 이르는 방대한 성벽을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벽과도 같은 암벽의 중심에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향로봉이 서있다. 능선과 맞닿아 있지만 등산로조차 희미해진 것으로 보아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음을 말해준다.

마니산의 동쪽엔 성터와 고려의 31대 임금인 공민왕의 거처로 알려진 절터가 남아 있다.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왔을 당시에 축조된 것이라고 한다. 금강으로 문어발처럼 뻗어 내린 능선과 암벽의 위용이 하늘을 찌를듯 솟은 마니산의 산행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청순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 속살을 찾아 가는 길이다. 한겨울 산행에선 덕유산, 황악산, 민주지산, 백화산 등이 조망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산 바나나 으름 한입에 오름길 거뜬한 원점회귀 산행이 될 터인지라 내려올 방향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우를 키우는 농가와 주차장 사잇길로 난 산비탈에 들어서자 빽빽한 수풀이 우거진 것이 등산객들의 발길이 그다지 흔한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가파르게 올라서야만 하는 길이기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르자 하늘을 뒤덮은 넝쿨에 무언가가 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으름'이다. 얼마 만에 보는 것인지 반갑기 그지없는 산속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손에 닿을 듯한 높이에서 만개한 꽃처럼 한껏 벌어진 으름을 양손 가득 들고 하나씩 먹으며 산길을 오르는 재미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달달한 맛에 흠뻑 빠져 턱이 빠져라고 숨을 끌어올려도 모자랄 길을 쉽게 올라왔다.

손에 닿을듯 하던 능선에 올라서는 개심저수지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오르막을 따라간다.

잠깐의 숨고르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밧줄이 매인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그러나 위험할 정도까지는 아니므로 아예 밧줄을 외면하고 바위를 움켜쥐며 오르는 이들이 더 많은 구간이다.

이윽고 멋대로 뻗어나간 나뭇가지가 인상적인 소나무 뒤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맞은 편으로 어류산의 서편이 고스란히 보인다. 이곳부터 발아래 단애가 조심스런 곳이다.

# 뒤바뀐 이름 마니산과 마리산

   
▲ 마니산 정상석

짧지만 밧줄을 이용해야 하는 구간이 여럿 나타나는 바람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면서 해가 중천을 지나가 버렸다. 속도를 내려야 낼 수 없는 구간이다 보니 안전에 중점을 두고 천천히 오르기로 한다.

본능선에 서서 오른편 고스락으로 향하는 길로 가다 보니 서서히 완만해지면서 약간의 공간이 확보되어 쉬어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동편쪽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가슴이 탁 트이는 멋진 장관이 연출되기 때문에 다시금 쉬어가길 반복한다.

동편의 단애방향을 빼놓고 전반적으로 능선길은 숲속 산책로처럼 온통 나무에 가리워진채 길만 이어져 있어서 그런지 막상 정상에 서도 이렇다할 조망은 없다. 충북 지방 특유의 정상석이 마니산임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공민왕을 뜻하는 우두머리를 일컫는 '마리'를 붙여 마리산이라고 불렸다는데 그것이 한자어와 접속하다 보니 지금의 마니산(摩尼山)이 된거라네요. 불교에서는 여의주를 뜻하는 용어랍니다." 함께 산행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산7000 산악회의 김정중(55)씨가 정상석의 마니산 표기를 가리키며 마니산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준다.

강화의 마니산도 그렇고 '갓걸이산'이란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괘관산(掛冠山)으로 부르는 것이나 고리산을 환산(環山)으로 부르는 등 한자화하면서 변화되어 고유의 이름을 잃어버린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보니 애석한 마음만 갖고 돌아서야 하는 발걸음이다.

   
▲ 수도권 산에서는 쉽게 볼 수없는 으름

# 성곽안길 따라 성문을 열고 하산하는 길


마니산 고스락으로 오면서 서쪽 방향으로 보이는 돌무덤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김없는 성곽임을 알 수 있다. 등산로는 이러한 성곽을 따라 정상과 능선을 잇는다.

북쪽 능선길을 따라 참새배기 고갯길로 향하다 보니 암릉과 성곽이 함께 이어져 간다. 성문의 흔적으로 보이는 돌쩌귀에선 아예 발걸음을 멈추고 문을 여는 시늉을 하며 옛모습을 상상해 본다. 산길에서 오른편으로 어느 산객의 부지런한 발자취인지 향로봉으로 향한 흔적이 희미하다.

등산로로 잘못 찾아 들었다간 고생하기 딱 좋은 길이므로 주의를 하도록 해야한다. 향로봉 갈림길만 조심하면 전반적으로 등산로는 어느 한 구석 피해갈 곳 없는 외길이므로 길 찾는데 무리가 없으나 참새배기 고개에 이르러서는 하산과 나머지 산행을 마쳐야 할지 갈등하게 만든다. 손쉽게 내려서기는 마찬가지지만 능선을 더 탈 경우 20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어느 쪽이든 엘로힘연수원 방향으로 하산을 하여야 하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기도원 가까이에 있는 군내버스 주차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하산한 후에야 보이는 향로봉이 더욱 멋진 자태로 다가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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