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공직 '아름다운 퇴장'

이재규

발행일 2012-10-05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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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규 / 정치부
37년 10개월동안 오로지 '땅의 경계선'만 바라보고 외길 공직을 걸어온 공직자가 후배들을 위해 정년을 3년이나, 그리고 '일반적인(?)' 명예퇴직보다도 1년이나 빨리 공직을 떠나 경기도청 안팎을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그의 조기 명퇴는 지적 직렬이라는 소수직렬의 한계때문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규상(57) 경기도청 토지정보과장. 이 과장은 4일 명예퇴직이 확정된 뒤 김성렬 행정1부지사, 이재율 경제부지사, 직속 상관인 김정렬 도시정책실장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모두 이 과장의 손을 꾹 잡을뿐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 과장은 1955년 2월생으로 정년퇴직은 2015년 6월말이다. 또 54년생(일부 시·군 53년생) 공직자들이 명퇴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1년 이상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명퇴 공직자들처럼 도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후배들을 위한 명퇴다. 이 과장이 몸담고 있는 토지정보과에는 '고구마 줄기'처럼 지적 직렬 후배 공직자가 늘어서 있다. 55년생 사무관 1명, 57년생 사무관 2명으로 각각 97년, 98년, 99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해 13~15년간 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 과장이 만약 정년까지 공직생활을 다 하거나, 내년에 명퇴할 경우 이들은 도청내 1개 자리밖에 없는 지적직렬 서기관으로 승진할 기회가 봉쇄된다.

2001년에 사무관에 승진한 일부 행정직렬이나 건축·토목직렬 사무관들이 서기관에 승진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결국 소수직렬의 한계가 이 과장을 조기 명퇴로 이끈 셈이다.

"왜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당장 내일 아침이면 갈 곳이 없는데…", "그렇지만 십수년 이상 마누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한 사무실에서 함께 뒹굴던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38년의 공직을 마감하는 이 과장의 변(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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