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브리지 플러스·16]강원도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사방이 '복을 부르는 그림'… 극락은 여기로구나
4천여점 민화 곁에 두고사는 오석환 관장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2-10-18 제9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오석환 관장은 "민화는 좋은 것은 불러들이고 나쁜 것은 쫓는 의미를 담고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잭슨 폴락의 거대한 작품 앞에서 위축되거나, 피카소가 그린 기형(?)의 여인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거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이라도 한폭의 우리 민화 앞에서는 '아하'하며 편안히 감상할 수 있게 마련이다.

내가 사는 곳과 똑같이 닮아있는 장거리 풍경이 담긴 그림은 어려울 것이 없고 물고기 머리가 해를 향하고 있는 조양약리도는 등용문이라는 꿈에 한걸음 가까워진 듯한 기쁨을 준다. 그것이 우리 조상들이 민화를 그린 이유다. 민화의 매력에 빠져 강원도 영월의 산골마을에 자리잡고 사는 오석환 관장은 화를 막고 복을 부른다는 민화 4천여점을 곁에 두고 살아서인지, 유독 얼굴이 맑아보였다.

친근하고 맑은 기운 내뿜는 우리그림
관람객 원할때까지 눈높이 맞춘 해설
건강 악화로 술 못먹자 빠지게된 취미
공직까지 그만두고 '꿈꾸는 삶' 실현
"박물관 고을로서 노력 더 기울여야"

   

■ 조선의 민화

오 관장은 우리 민화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민화를 잘못 가르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민화를 '작자를 알수 없고 해학과 풍자가 담긴 서민의 그림'이라고 알고 있지만 '모란도'는 왕비의 방을 장식했고, 공부하는 선비들은 조양약리도를 방에 걸어놓고 급제를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강렬한 채색이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좋은 것을 불러들이고 나쁜 것을 쫓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며 민화의 매력을 어필했다.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오 관장이 아니더라도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해설사의 재미난 민화 이야기를 통해 민화를 재발견하게 된다. '봉황도' 앞에서 해설사 하는 말이 "봉황은 암수가 같이 있어야 봉황"이라며 "봉은 수컷, 황은 암컷인데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봉잡았다'하면 남편이 그만큼 마음에 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살다보면 꿈을 깨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법. 그래서 '봉잡은 줄 알았는데 말짱 황이더라'"라는 말이 나왔는다는 설명과 함께 "이는 남성우월주의가 숨어있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신선도'중 복숭아나무를 두고는 "복숭아는 꽃피는 데 3천년, 열매 맺는데 3천년, 익는데 3천년이 걸리니 신선들만 먹고 오래 살았다"며 "인간 중에 유일하게 이 복숭아를 먹은 이가 있는데 바로 '동방삭'이란다.

이 동방삭이가 복숭아를 먹고 3천갑자, 즉 18만년을 살았다며 "'십팔'이라는 욕이 원래는 욕이 아니었다"면서도 "이 고달픈 세상을 18만년 살라는건 어찌보면 욕일 수도 있으니 쓰면 안된다"는 당부도 곁들인다. 그야말로 그림속에 이야기가 '살아있다'.

■ 무릉도원의 박물관


젊은 시절 공무원으로 일하던 오 관장은 술을 많이 마신 탓에 건강이 나빠졌다. 제발 술 좀 끊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금주를 하긴 했는데, 술을 안먹으니 할 일이 없더란다.

   

취미 삼아 이런저런 소일을 하다 민화를 만났다. 꽂히면 푹 빠지는 성격의 오 관장은 민화에 푹빠졌고 더이상 공무원으로 일 할 마음이 없어졌다. 마침 지인과 우연히 놀러갔던 영월 미사리골에 붉은 산딸기가 흐드러지게 열린 것을 보고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싶었다.

"한 번 사는거 후회하지 않게 살고 싶으니 일을 그만 두고 영월로 가서 살자"는 그의 청을 이번에는 아내가 들어주었다. 강원도 영월하고도 산골짜기에 박물관을 지으면서 그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전시해 두면 와서 보는 사람들도 나처럼 좋아할 것이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박물관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그때 생각이 순수한게 아니라 순진해도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안다.

산속에 외지인이 박물관을 짓겠다고 하니 순박한 군청 직원들도 대번에 땅투기를 의심했다. 산골에서 일하겠다는 학예사도 없었다. 수입은 더더욱 없었다. 살 궁리끝에 오 관장은 맞춤형 해설 서비스를 제공했다.

어른,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해설 방법과 내용을 달리했고 관람객이 원하는 시간만큼 해설을 해줬다. 그는 "길게는 4시간 반까지 해설을 해준 적이 있다"며 "해설과 함께 관람객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념품을 개발해 판매도 늘었다"며 13년 박물관 운영자로서의 수완을 밝혔다.

   
▲ 조양약리도. 파란 여의주가 하늘에 나타나면 물고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르지만 여의주를 입에 물 수 있는 물고기는 단 한마리 뿐이다. 장원급제의 꿈을 담고 있다.

■ 박물관고을

영월은 '박물관 고을'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정부가 낙후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신활력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을 때 당시 영월군수는 박물관고을이라는 문화사업을 추진했다. 다른 지역 대부분이 고장의 특산품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한 데 비하면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2008년 영월군 전체가 박물관 특구로 지정됐고, 박물관 설립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폐교를 무상임대해 활용하도록 했다. 수장고 건립 비용도 지원했다. 덕분에 지금은 인구 4만이 조금 넘는 작은 군에 박물관이 자그마치 24개, 한해 박물관 관람객이 150만명이다. 이중 17개가 사립박물관이고 사립박물관 관람객만 따져도 40만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오 관장은 아직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는 늘었지만 시설과 경영 상황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거짓없는 참유물은 기본이고 각각의 박물관을 특성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진짜 박물관 고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432의10(김삿갓 계곡 내)/(033)375-6100

   

글┃민정주기자
사진┃김종택기자

후원
   


민정주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