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GCF 유치' 이끈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

"인천시민 열정·응원… 글로벌시티 되는 발판 마련"

김명호 기자

발행일 2012-11-02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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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청와대 앞 도로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으로 장관을 이뤘다. 벌써 올해가 훌쩍 지나간 느낌이다. 연말이면 신문과 방송 등 각 언론에서 10대 뉴스를 선정해 공개한다. 올해에도 10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그중에서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는 올해 있었던 빅 뉴스 중 빅뉴스다.

사무국 유치 확정 당시 심정은?
전날 반대이사국 '설득 성공' 정보 파악
최고 경쟁 상대 독일 막판 비상령 '긴장'
결정때 너무나 기뻐 소리지른지도 몰라

인천 송도의 매력·예상 파급효과는
우리 스스로 역량 쌓아 이룬 '제2 개항'
다른국가가 우리를 쫓아오게 만들어야
룰메이커·소프트파워 강국 발전 디딤돌

사무국 유치 아이디어·구상은 언제?
2009년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처음접해
지난해 총회때 사무국 유치 관련 문구
환경부장관 연설문에 실으면서 본격화

이런 GCF 사무국 유치를 기획단계에서부터 끝까지 책임졌던 이가 있다. 바로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 있는 녹색성장기획관실을 찾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녹색성장'이라고 쓴 이명박 대통령의 휘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휘호 아래에는 널찍하게 만든 하얀색 칠판이 있었는데 GCF와 관련한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회의와 토론을 이곳에서 벌였을까.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칠판에 담겨있는 듯했다.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은 "이번 GCF 사무국 유치로 인천은 제2의 개항기를 맞았다"며 "인천시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응원이 있었기에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기획관은 "이제 인천이 세계 유수의 도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인천을 주목하게 만드는, 인천 자체가 글로벌 시티가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시민들이 인천의 보석과도 같은 가치를 오히려 덜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의 입을 통해 GCF 사무국 유치 성과와 녹생성장에 담긴 의미 등을 들어봤다.

-GCF 사무국 유치가 확정됐을때 회의장인 송도 컨벤시아에서 환호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나.

"그날 사무국 유치가 확정된 후 탈진상태였다. 내가 좋아서 환호했다는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소리를 지른 일조차 몰랐다. 인천시민들도 절박했겠지만 청와대도 GCF 사무국 유치에 절박했다. 이게 안되면 일신상의 문제를 떠나 국민들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우리의 가장 큰 경쟁상대였던 독일은 사무국 유치 막판에 비상령까지 걸었다더라. 사무국 유치가 확정되는 당일까지 정말 조마조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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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우리가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나.

"20일 사무국 유치 도시를 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됐는데 전날 오전까지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계속해서 이사국 동향을 파악해 대통령께 보고했는데 확실히 우리편인 쪽은 동그라미 2개, 우호적인 나라는 동그라미 1개, 이도저도 아닌 나라는 세모, 우리에게 등을 돌린 이사국은 X표시를 했다.

19일 밤에 우리가 X표라 생각했던 몇개 이사국이 우리쪽에 표를 던지겠다는 정보를 파악했다. 이 소식을 듣고 청와대에서 너무 좋아 혼자 몸을 흔들어댔다. 아마 19일 밤부터 어쩌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했던 것 같다."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녹색기술센터(GTC-K)를 합쳐 '그린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기조 핵심에는 바로 그린트라이앵글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를 언제부터 구상했고, 어떻게 실현해 왔나.

"2008년 8월 이 대통령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밝히면서 녹색성장이란 기조를 발표했다. 그때가 건국 60주년되는 해였는데 일부에서는 광복절 축사에 생뚱맞게 녹색성장이 뭐냐는 반응도 있었다. 환경이라고 하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환경보전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기후변화나 녹색성장 패러다임 같은 것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중앙과 지방을 뛰어넘는 통합적 어젠다라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린트라이앵글이란 개념을 구상해냈다. 환경자금에 해당되는 GCF, 환경지식에 포함되는 GGGI, 그리고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인 GTC-K가 만들어진 것이다. 환경지식, 자금, 기술 3요소가 이번 GCF 사무국 유치로 모두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GCF 사무국 유치 아이디어는 언제 만들어졌나.

"GCF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였다. 그때는 GCF 사무국 유치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10년 칸쿤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16)에서 한번 해보자(GCF 사무국 유치)는 힘을 얻은 것 같고, 지난해 더반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17)에서 환경부 장관 연설문에 GCF 사무국 유치와 관련한 대목을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연설문에 GCF 사무국 유치 관련 문구를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도 당일 결정됐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는데 현장에 있던 손성환 기후변화대사도 한번 해보자는 말을 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청와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대학원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밑그림이 나왔나.

"녹색성장대학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올해 6월쯤 구상이 나왔다. 서울 홍릉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울캠퍼스를 비롯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싱크탱크가 모두 밀집돼 있다. 이런 기구들이 세종시로 이전됨에 따라 남는 공간을 활용해 녹색성장대학원을 만들고 이것을 녹색성장을 일으키는 전진기구처럼 활용하자는 구상이 나왔다.

향후 중국 칭화대나 런던 정경대학과 같은 세계 유수학교와 협력해 글로벌 녹색기술 단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것이다. 녹색성장대학원은 그린트라이앵글을 구현해 내고, 기후변화 전문가들을 양성해내는 전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다.

현재는 홍릉에 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인재풀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대학원 캠퍼스 개념으로 인천 송도 등 여러 도시로 퍼져 나가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천 송도가 독일 본을 누르고 GCF사무국을 유치했다. 송도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GCF 사무국 유치로 인천은 제2의 개항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1883년 개항이 외세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GCF사무국 유치로 인한 제2의 개항은 우리 스스로 역량을 쌓아 이룬 소중한 자산이다.

세계화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제는 내재적 세계화, 즉 우리가 세계화된 나라를 쫓아갈 필요없이 우리 스스로가 세계화돼 다른 국가에서 우리를 쫓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은 이번 GCF 유치로 인천 자체가 글로벌화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

-GCF 사무국 유치로 인한 파급 효과가 우리가 현재 상상하는 이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간 3천800억원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감안하면 이 숫자는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이제는 수출 많이 한다고 강대국이 아니다. 우리가 GCF사무국을 가져오고 룰메이커가 된다는 것, 의제설정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파급 효과다.

GCF 사무국 유치로 우리나라도 이런 소프트파워를 키워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본다. 인천시민들도 눈에 보이는 파급효과만 생각하지 말고, 더 넓은 시각으로 GCF를 바라봤으면 한다."

-GCF 기금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일부 언론에서는 현실성 측면 등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가 사무국 유치를 기획하면서부터 모든걸 한번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굉장히 냉정하게 판단했고 대통령께도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왔으니, GGGI와 GTC-K도 인천에 와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인천시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큰 그림을 봤으면 한다. GCF사무국 유치때와 같이 인천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뛴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든 녹색성장 기조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녹색성장과 관련된 모든 것은 법제화됐고 유엔기구까지 들어왔으니 다음 정권에서는 이를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이 서야 할 것이다."

대담/김왕표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리/김명호기자
사진/임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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